북 응원단 가면 논란 … 하태경 “김일성 연상” 청와대 “김일성 가면에 눈 뚫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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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 응원단이 10일 강릉 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미남가면’을 쓰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 가면은 김일성 가면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북한 응원단이 10일 강릉 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미남가면’을 쓰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 가면은 김일성 가면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북한 응원단이 10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때 쓴 ‘남성 가면’과 관련,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당시 북한 응원단은 북측 가요 ‘휘파람’을 부르면서 이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이를 한 인터넷매체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통일부 “북한의 미남 가면” 해명 #민주당, 해당 기사 삭제 요구 논란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호구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즉각 자료를 내고 “‘김일성 가면’ 보도는 잘못된 추정”이라며 “해당 가면은 북한의 ‘미남 가면’”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해당 기사는 11일 새벽 삭제됐고, 해당 매체는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사과문까지 냈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북측 문화상 김일성 사진을 훼손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는 게 북한 설명”이라며 “응원단이 이동하다 말고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악수 사진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인쇄했다’고 뭐라고 하는데 김일성 가면에 눈을 뚫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여전히 볼썽사나운 트집 잡기와 색깔론으로 응수하는 야당의 행태는 옥에 티”라며 “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 여겨지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을 응원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와 문화를 감안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하태경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김일성의 청년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하태경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김일성의 청년시절이라며 올린 사진.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 발표처럼 미남의 얼굴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미남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북한에서 최고의 미남 기준이 바로 김일성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일성 연상 가면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누가 봐도 김일성 얼굴인데 통일부 눈에만 달리 보이냐. 검은 것을 희다 해도 믿어야만 하는 북한식 사고방식까지 우리가 주입받아야 되냐”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정부는 ‘김일성 가면’이 김일성이 아니라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며 “국민정서를 고려한 응원이 되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일”이란 논평을 냈다.

이와관련, 통일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김빈 디지털대변인이 김일성 가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기사를 당장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한 뒤 회신 메일을 보내길 바란다”고 메일을 보낸게 또다른 논란을 불렀다. 해당 기자가 메일 내용을 공개했고, 하 의원은 이를 거론하며 “정부가 하는 말이 모두 진리인데 왜 언론은 정부 말 안 듣느냐고 윽박지른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대변인도 “이게 정부와 언론의 정상적 관계이며 그동안 입만 열면 보수정권의 언론장악 운운했던 사람들의 모습이냐”고 따졌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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