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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 MB 수사, 뇌물로 중심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눈 검찰의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검찰 수사의 중심축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추상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형사 처벌이 가능한 ‘뇌물 사건’으로 이동했다. 검찰의 ‘MB 수사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검찰, 국정원 특활비도 대가성 초점 #김백준 소장에 “원장들 보답” 명시 #다스 실소유주 추적도 뇌물로 연결

이 전 대통령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는 검찰 수사는 ▶삼성의 다스 변호사 비용 대납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차명재산(다스, 가평 별장 등)을 통한 탈세·횡령 등 세 갈래다. 검찰은 이 세 가지 사건 모두 돈의 흐름을 좇아 올라가다보면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정점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다스가 BBK를 상대로 제기한 140억원 반환 소송에서 로펌에 지불할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이틀 연속 압수수색했다. 전날엔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다스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삼성이 로펌비용을 대납한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행위는 다스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 직접 변호사 비용 대납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 전 대통령에겐 뇌물 혐의가 적용된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드러난다면 대납한 변호사 비용 자체가 ‘직접 뇌물’이고, 실소유주가 아니라 해도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이 공범 관계로 묶여 ‘제3자 뇌물공여’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 대납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조사해 청탁 여부와 대가성 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 등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나흘만에 최고위급 임원이 재차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변호사 비용 대납이 이뤄진 시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COO(최고운영책임자)였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 추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도곡동 땅 뿐 아니라 경기도 가평의 별장, 충북 옥천군의 임야 2곳 등 전국 10여 곳에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재산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드러날 경우 차명보유를 통한 탈세·횡령 등의 혐의를 받게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직접 특활비를 요구해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국정원장이 특활비 형태로 청와대에 상납한 자금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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