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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냐 아니냐' 英 왕세손비 '영화제 드레스' 촉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개막식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 [사진 Bafta]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개막식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 [사진 Bafta]

블랙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골든글로브처럼 성폭력 반대 검은 드레스를" # 영국아카데미상 조직위, 참석자들에 안내메일 # '정치 중립' 왕실 원칙 지키며 '묘수' 고민할 듯

영국 왕실의 소문난 패셔니스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입을 드레스 색상을 놓고 꽤나 고민하게 됐다. 검은 드레스냐 아니냐에 따라 뜻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케이트는 남편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리는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개막식에 참석한다. Bafta를 공식 후원하는 왕실의 대표 자격으로 왕세손 내외는 지난해 개막식에도 참석해 영화인들을 격려했다.

그런데 올해 Bafta 조직위원회 측은 개막식 초청장을 보내면서 “골든글로브의 선례를 따라 여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기를 바란다”고 안내했다. 지난달 7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참석 여성들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 항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하는 뜻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일부 여성들은 보석 대신 가슴에 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뜻하는 ‘타임스 업(Time’s Up)’이란 핀을 달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개막식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과 윌리엄 왕세손. [사진 Bafta]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개막식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과 윌리엄 왕세손. [사진 Bafta]

지난해 Bafta 참석 당시 케이트 왕세손빈은 패턴이 화려한 블랙드레스를 입었다. 그런데 올해는 검은 드레스를 고르기도, 피하기도 난처해졌다. 정치 중립이 불문율인 영국 왕실에선 공개석상에서 정치적 메시지로 간주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나 발언도 금기시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케이트의 드레스 선택이 가져올 미묘한 파장에 주목하면서 그가 “외교 지뢰밭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왕실은 이과 관련한 텔레그래프의 질의에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검은 드레스 물결을 이룬 참가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검은 드레스 물결을 이룬 참가자들. [로이터=연합뉴스]

골든글로브 때 모든 참가자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것은 아니다.  독일 모델 바르바라 마이어는 화려한 깃털 장식의 파격적인 드레스를 고수했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강한 여성이라 해서 패션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 1959년 Bafta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Bafta에 후원을 지속해왔다. 윌리엄 왕세손은 2010년부터 Bafta 집행위원장을 맡아 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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