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말 BK, 흰 양말 혼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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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로 앞선 9회말.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이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시카고 화이트삭스. 레드삭스와 함께 '양말'을 애칭으로 쓰고 있는 팀이다.

레드삭스는 3일(한국시간) 시카고에서 벌어진 '적(赤)-백(白), 양말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한게임 차로 뒤져 있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경기의 흐름도 그랬다. 화이트삭스 에이스급인 바톨로 콜론을 상대로 8회까지 2-1의 리드를 잡았기에 '필승의 흐름'을 이어가야 했다. 7회말 1사 1,3루의 위기를 병살타 유도로 넘긴 세트업맨 스콧 윌리엄슨이 더그아웃에서 뚫어져라 김병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내 몫을 했다. 너도 이 승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눈초리였다.

김병현은 첫 타자 폴 코너코를 상대로 초구 몸쪽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계속해 바깥쪽 승부를 걸었다.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 슬라이더가 약간 가운데로 쏠리면서 홈런성 파울 타구가 나왔다. 파울 폴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타구에 레드삭스 더그아웃에서는 '휴!'하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김병현은 6구까지 줄기차게 바깥쪽 승부를 벌이다 7구째 회심의 몸쪽 떠오르는 공을 던졌다. 코너코의 방망이에서 "딱!" 이 아니라 "퍽!"하는 소리가 났다. 방망이 중심을 비켜난 타구는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김병현은 왼손 타석에 들어선 호세 발렌틴을 상대로는 볼카운트 2-1에서 5구째 낮은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져 빗맞은 3루수 파울플라이를 끌어냈다. 그러고는 여유가 생긴 듯 후속 조 크리디를 3구만에 빗맞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중요한 흐름에서 전날 구원승에 이어 세이브를 올린 김병현은 팀의 신뢰는 물론 본인의 자신감도 되찾았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이틀 동안 1승1세이브를 기록한 김병현의 상대가 올시즌 두번째 만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처음 만난 화이트삭스였다는 것. 독특한 그의 투구 스타일은 낯선 상대에게는 '무적'이라고 할 만큼 강했다. 김병현은 시즌 성적 7승9패12세이브, 방어율 3.65를 기록했다.

한편 빅리그에 복귀한 최희섭(시카고 컵스)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볼넷 한개를 포함,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송승준(몬트리올 엑스포스)은 40명 확대 엔트리에 포함돼 팀 사정에 따라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 등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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