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선을 보는 안팎의 시각 차|이재학<외신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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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26 총선 결과를 보는 국내 언론과 외국 언론의 시각은 서로가 갖고 있는 문학적 차이만큼이나 다른 것 같다.
국내 언론들이 민자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 실패에 대한 첫 반응에서「쇼크」나「정국불안」으로 연결시킨 반면 외신들은 이 같은 정국불안은 조심스럽게 내비치면서도 한국 정치가 이제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배우고 있게 되었다」거나「앞으로 진정한 민주화의 기반이 강화됐다」고 지적하고「비록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가두 데모는 매우 줄어들 것이며 설사 있다 해도 쉽게 정치적 불안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언론이 총선 결과를 보도함에 있어 밑바닥에 불안한 느낌을 깔고 있었던데 반해 외신들은 긍정적 측면에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외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 결과는 바람직한 측면도 적지 않다. 우선 우리 정치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광주사태, 지역 감정의 정치적 해결의 길이 열렸다고 보여진다.
중공 계의 한 홍콩신문이 지적했듯이「경북당」「호남당」등의 지역적 분파성에 따른 「봉건할거」의 폐해가 물론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적합한 구조일지도 모른다.
또한 지난 40년간 통과 부로 전락했던 국회나 1.5 당 제라는 후진 정치의 오명을 벗게 됐다.
더구나 노태우 대통령도 총선 결과를『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 야당의 국회 장악을「야당 승리」가 아니라「민정 과반수 획득 실패」라고 보도했던 시각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 땅엔 정치다운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열등감이나 그 동안 야당이 보여준 정치 행 태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더 크게는 우리 모두가 굴절된 정치사에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타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같다.
이제 한국 정치의 구조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여당의 전매 특허였던 힘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국민의 선택에 걸맞게 「외눈박이 정치」에 찌든 우리의 가치관도 청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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