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입이 수출 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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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섬유강국 한국이 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의류 수입초과국이 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섬유제품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진 것이다.

1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옷.손수건.장갑 등 섬유제품 수입액은 36억5500만 달러, 수출은 35억6400만 달러였다. 1억 달러 가량의 무역적자다. 그동안 섬유제품 수출은 2002년 49억4000만 달러, 2004년 43억4000만 달러 등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수입은 2002년 26억7000만 달러, 2004년 33억2000만 달러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주요 수입국은 중국(26억1000만 달러), 일본(1억600만 달러), 미국(9800만 달러) 등이다.

그러나 섬유업계는 통계상 수입국이 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다. 우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가운데 상당액이 한국업체가 디자인을 제공하고 현지 임가공 과정을 통해 국내로 다시 수입.판매, 사실상 한국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 진출한 한국업체가 현지에서 바로 판매하거나 수출한 부분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김인수 과장은 "의류제품은 국내업체가 임금이 싼 중국.베트남에서 만들어 국내로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단, 원사 등을 포함한 전체 섬유류 수출은 70억 달러 넘는 무역흑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가를 앞세운 중국.인도. 베트남 등의 섬유제품 수출이 크게 늘고, 최고급품의 경우 아직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밀리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 필요성이 높아졌다. ㈜신원 수출부 김응준 부장은 "최근 미국.유럽의 바이어들이 직접 중국업체와 접촉해 물건을 구매해 가는 경우 많다"며 "과거 우리의 하청업체 수준이던 중국.베트남 업체가 이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 김순철 섬유패션산업과장은 "중국.베트남 등에서는 한국 의류가 명품으로 인식되지만 미국.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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