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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된 공씨책방, 성동구 ‘공공안심상가’에 입주한다

중앙일보

입력

46년 전통을 가진 공씨책방이 서울 성동구 ‘공공안심상가’에 새 둥지를 튼다. 성동구청은 성수동 서울숲IT캐슬 1층에 만든 공공안심상가에 공씨책방이 입주한다고 7일 밝혔다. 공씨책방은 지난 5일 원래의 위치(신촌)에서 왼편으로 30m가량 떨어진 건물의 지하(30평·429㎡)로 옮겼다. 그런데 수만 권에 달하는 책을 이 곳에 다 보관하지 못해 또 다른 점포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 1월 ‘공공안심상가’에 입주를 지원해 최근 선정됐다.

공씨책방, 신촌과 성수동 두곳서 운영

이로써 공씨책방은 신촌과 성수동 두 곳에서 운영된다. ‘성수동 공씨책방’은 다음 달 문을 열 예정이다. 공씨책방은 11평(36㎡) 점포를 쓰면서 임대료 57만원 가량을 내게 된다. 공씨책방이 이주하는 공공안심상가는 성동구청이 점포 주인인 전국 최초의 공공임대상가다. 임대료는 성수동의 평당 임대료(8~9만 원)에 비해 60~70% 수준인 5~6만 원 정도다. 계약금·권리금도 요구하지 않는다. 강형구 성동구청 지속발전과장은 “5년 단위로 계약하고, 계약 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촌 공씨책방’은 지하에 있지만 30평(99㎡) 점포에 임대료 176만원을 낸다.

공씨책방이 두 곳이 된 속사정에는 임대료 문제가 있다. 공씨책방은 1995년부터 신촌 대로변 점포(40평·132㎡)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새로 바뀐 건물주가 130만원이던 임대료를 3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자리를 옮겨야했다. 공씨책방의 운영자 장화민(61)씨는 “신촌의 새로운 점포와 성수동 점포를 합치면 40평인데, 임대료를 합치면 230만원 정도로 300만원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신촌 책방은 장씨가, 성수동 책방은 그의 남편인 왕복균(65)씨가 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씨는 “한 곳을 넓게 쓰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공공안심상가는 1층이고, 오랫동안 임대료 상승에 대한 걱정없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 대로변에 있던 공씨책방. 지난 5월 신촌의 지하 점포에 입주한 공씨책방은 다음달 성동구 '공공안심상가'에도 문을 연다. [중앙포토]

서대문구 신촌 대로변에 있던 공씨책방. 지난 5월 신촌의 지하 점포에 입주한 공씨책방은 다음달 성동구 '공공안심상가'에도 문을 연다. [중앙포토]

공씨책방의 설립자는 고(故) 공진석씨다. 1972년 경희대 앞(동대문구 회기동)에 중고 서적과 대학 교재를 파는 서점을 열었다. 70년대 후반에 책방을 청계천 쪽으로 옮겼고, 80년대 중반에 광화문 인근으로 진출했다. 한때 전국 최대의 헌책방으로 명성을 날렸다. 90년 공씨가 작고한 후 책방은 그의 처제인 최성장(72)씨와 처조카인 장씨가 맡게 됐다. 그후 광화문의 임대료가 상승해 신촌으로 이사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동구청의 공공안심상가는 공씨책방과 같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재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겪은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었다. 성동구청은 지난해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한양대 방향에 있는 서울숲IT캐슬 1층는 점포 2곳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점포 4곳(7~14평)으로 늘렸다. 임차인이 임대료 걱정 없이 안심하고 임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공공안심상가’로 짓고 임차인을 모집했다. 공공안심상가에는 공씨책방 이외에도 분식점 등도 입주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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