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총리 발표만 남은 듯" 이재오 원내대표, 청와대 만찬 후 밝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저녁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하기 위해 만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중심당 정진석·민주당 이낙연·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노 대통령,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대표.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후임 총리를 조속히 인선할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이재오.열린우리당 김한길.민주당 이낙연.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면서였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후임총리 인선과 관련,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고생하지 않도록 선정해 달라"(이재오 원내대표), "후임 총리는 덜 무섭고 포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이낙연 원내대표)고 건의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게끔 해서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원내대표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회동 뒤 "(후임자를)이미 선정해 발표만 남은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 탈당'에 대해 "지난해 후반기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지만 우리 정치문화와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형식적으로 당적을 버리는 것은 위선적인 것일 수 있고 책임정치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관련,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미국을 FTA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가 전략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에 사법개혁안과 국방개혁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이 대기실로 직접 찾아와 원내대표들을 맞이하고 만찬 장소로 직접 안내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 간의 대화내용 요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관들의 사전.관권 선거운동 시비가 나온다.

"공직자들의 자제를 당부하겠다. 선거운동으로 의심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

-남은 임기는 양극화 해소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양극화 해소의 핵심은 일자리고,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대책이 최우선 과제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야박한 말을 한 적도 있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있고 그런 고민이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현안들을 마무리하고 골프를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일 욕심이 많은 이 전 총리가 있어서 편했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