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을 계층갈등 선전도구로 이용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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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청와대가 홈페이지에서 서울 강남구 출신 학생이 마포구보다 9.1배, 전남보다 12배 많이 서울대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대한민국을 '승자 독식의 카지노 경제'로 규정하고 국민을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로 나눠 양극화의 책임이 가진 자에게 있는 것처럼 선동하더니 이제는 강남이나 서울대가 마치 양극화의 주범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 글은 "서울대에 다니는 것 자체가 기회인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생의 60%나 되는 것은 문제"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청와대는 양극화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실상을 보여준 것이라고는 하지만 극단적인 비교치를 제시함으로써 강남과 강북, 강남과 지방, 서울과 지방을 이간질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청와대는 강남구 등 중산층 거주지역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다면서 마치 소득만이 성적을 좌우하는 것으로 봤지만 타고난 지능과 노력의 정도, 교육에 대한 관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거주지별로 입학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리한 방법으로 차이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뭔가. 서울대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과거에는 가난한 영재들도 일류 학교에 많이 들어갔다. 그들은 거기서 과외받지 않아도 일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고교평준화는 우수한 학생들을 오히려 지역에 묶어 버림으로써 우수한 인재들과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울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가난한 영재에게는 지금의 평준화 제도가 더 족쇄인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이나 농어촌 특별전형제도를 도입해 1994년 14.5%이던 강남 소재 고교 신입생의 비율을 2002년 12.7%, 올해는 11.7%로 낮추고 있다. 이런 통계는 외면하고 양극화만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사회건 간에 경쟁은 불가피하고 교육도 예외일 수 없다. 그걸 막는다면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교육을 계층 간 갈등의 선전도구로 이용하는 청와대의 지향점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