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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백준 5일 구속기소…공소장에 MB 지시 내용 담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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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좌)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우).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좌)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우).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시기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한다. 지난달 17일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기한(20일)이 5일부로 만료되는 데 따른 조치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2년 선배인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5월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소속 예산 담당관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는 등 총 4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90년대 초 이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특히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명박(77)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적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향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지난달 16일 영장실질심사 때만 하더라도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자금 수수 관련, 혐의 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그렇지만 이후 조사과정에서 김 전 기획관의 태도나 진술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 전 기획관은 “자금 수수 관련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특활비를 자신이 착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기획관은 현재 이 전 대통령 측 인사의 면회도 받지 않으면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 기획관의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이 공모관계로 적시될 경우,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이명박ㆍ박근혜)이 연루되는 셈이다.

물론 공범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공범 여부를 적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받았다’는 식의 단정적 표현 대신, ‘기념품 제작 목적으로 국정원의 자금을 받아 선진국민연대 등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사조직에 전달했다’ 같이 간접적인 표현이 기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민연대는 이 전 대통령이 2006년 본격적인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설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을 지지ㆍ후원해온 사조직이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창립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현재 검찰의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장석명(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법원에서 두 번 기각되면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추가 수사를 거친 뒤 대회 종료 후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전망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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