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유니폼 색깔은 인공기 색깔 아닌가."
올림픽 사상 첫 결성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이 치른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쏟아진 댓글입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요. 아차! 네티즌들이 오해할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단일팀 유니폼이 이날 첫 공개됐는데요.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와 'KOREA'가 새겨졌습니다. 상의는 짙은 파랑색이고 팔과 다리 부분엔 빨간색이 들어갔습니다. 군데군데 가느다란 흰색도 있습니다.
만약 외국인이 북한국기를 보고 단일팀 유니폼을 본다면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국기인 인공기는 위로부터 파랑·빨강·파랑이 배치되있고, 그 사이로 2개의 가느다란 흰색선이 있습니다.
하지만 100% 오해입니다. 이번 단일팀 유니폼은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원래 착용하던 유니폼과 거의 흡사합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한국여자대표팀 유니폼 디자인과 거의 동일합니다. 틀린그림찾기를 한다면 한반도기가 들어가고 상의 밑단이 바뀐 정도입니다.
당시는 단일팀이 논의되기도 전입니다. 반면 당시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북한이 입은 유니폼 가슴팍에는 인공기가 크게 그려져있습니다.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홈유니폼은 파랑색, 원정유니폼을 흰색을 입어왔습니다.
다만 특이한건 단일팀은 미국 브랜드 나이키가 아닌 핀란드 테클라가 제작한 유니폼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북제재를 의식한 조치로 추정됩니다. 북한선수들이 '미제'를 입으면 미국에서 반발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일팀 유니폼 디자인은 지난달 20일 스위스에서 남북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논의 끝에 정했습니다.
아이스하키 국제대회 유니폼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제공합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출전팀엔 나이키 유니폼, 반면 세계선수권 하부리그팀엔 핀란드 테클라 유니폼이 지급됩니다. 국가적인 도핑조작 여파로 개인자격으로만 출전하는 러시아도 나이키 로고만은 그대로입니다.
4일 인천 선학링크 일대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보수와 진보 양측의 시위장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보수단체가 "평양올림픽"을, 도로를 두고 갈라선 반대편에서는 진보단체가 "평화올림픽"을 외쳤습니다.경쟁하듯 앰프 소리를 높인 탓에 근처를 지나는 행인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한 국내아이스하키 관계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일팀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논란이 거센 탓에 '인공기 유니폼 논란'까지 나온거 같다. 별걸 다 갖다 붙인다. 단일팀은 어른들이 만들어놓고 우리 선수 아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있으니 가슴 아프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