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으로 클래식 전도 …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 창단 20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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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단 20주년을 맞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고참 단원들이 서로 악기를 바꿔들고 한바탕 웃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강무림(테너)· 이광구(호른)·김대원(플루트)·성필관(오보에)·정준수(바이올린)씨.앞줄 중앙에 앉은 이가 음악감독 박은희(피아노)씨다. [변선구 기자]

1986년 8월 20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강당(현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외국 유학을 마치고 갓 귀국한 30대 초반의 연주자들이 1주일간 실내악으로 여름 축제를 벌였다. 실내악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은 이렇게 출범했다. 국내 실내악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당시 창단 멤버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단원은 음악감독 박은희(54.피아노)씨를 비롯, 김대원(52.플루트), 성필관(50.오보에), 이광구(51.호른)씨 등 4명. 나머지 단원들도 한국 악단의 중진으로 성장해 각자 실내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클라리넷의 김현곤(54.서울대 교수)씨는 서울채리티앙상블의 리더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53.서울시립대 교수)씨는 서울신포니에타 음악감독으로, 비올리스트 최승용(56.한세대 교수)씨는 서울 이무지치 합주단의 음악감독, 첼리스트 김봉(54.경원대 학장)씨는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실내악 연주회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과 싸워 오면서 20년만에 국내 대표적인 실내악단으로 발돋움했다. 그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 현악기, 관악기, 건반악기 등 기악 일색이던 앙상블에 92년 테너 강무림(가톨릭대 교수)씨를 시작으로 성악가들이 입단했다. 96년엔 창단 1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조직도 정비했다.

"번듯한 콘서트홀만 고집하지 않고 어디든 찾아다녔어요. 학교나 미술관은 물론, 백화점.지하철.공장.카페…. 목욕탕 빼놓고는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죠. 실내악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별의별 짓 다해봤어요. 실내악은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장르이지만 뛰어난 기동력을 살리면 작은 공간에서도 연주자와 청중이 쉽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박은희)

"오로지 함께 연주하는 게 좋아 모인 사람들이지요. '실내악을 즐기는 연주자 집단'쯤으로 이해해 주세요. 음악적 의견이 달라 싸움으로 번질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딪치기 싫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면 앙상블로서의 생명은 끝난 거나 다름 없어요. "(성필관)

"박은희 감독이 욕심이 많은 편이지요. 20년간 연주 안해본 실내악곡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기업.방송 쪽에도 발이 넓어 나머지 단원들이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습니다."(김대원)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연간 연주회수는 100여회. 연주회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하는 '드라마 인 뮤직', 코믹 연기를 곁들인 송년 무대'못말리는 음악회'등은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에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박 감독의 남편 이상열(메트로프로덕트 부회장)씨가 열렬한 연극 매니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드라마 인 뮤직'(4월 3일 호암아트홀), '20세기의 정신'(6월 11일 예술의전당), '나흘간의 여름 축제'(7월 20 23일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마련한다. 02-501-8477.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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