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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네스 메모’ 파문 일파만파 … 트럼프와 특검 어디로 향하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가 지난 미국 대선에 관여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편향적으로 했다는 내용의 ‘누네스 메모’가 미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측이 '트럼프 죽이기'를 위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의 문건으로, 특검의 대면조사 가능성까지 나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FBI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딴 4쪽짜리 문건인 ‘누네스 메모’가 공개된 건 지난 2일(현지시간)이다. 미 하원은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문건 공개 승인을 받고, 이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FBI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 고문으로 일했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비밀감청(당사자 모르게 합법적으로 해당 인사를 감청할 수 있는 권한) 영장을 해외정보감시법원에 신청할 당시, 영국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제공한 정보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스틸은 힐러리 클린턴 측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스틸의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곤란하게 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며, 이는 이미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트럼프가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스 유니버스 대회가 열렸을 당시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음란파티를 벌였으며, 러시아 측이 이를 녹화한 파일을 트럼프 협박용으로 가지고 있다는 내용 또한 스틸의 정보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하원 정보위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누네스 메모를 공개하자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문건 공개 승인 직후 기자들에게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수치라고 생각한다”며 FBI의 편향된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3일에도 트위터에 “이 메모는 트럼프의 혐의가 없다는 것을 완전히 입증한다. (러시아와) 내통이나 사법방해는 없었다”며 “1년간 끊임없이 조사하고서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썼다. 또 “이는 미국의 수치”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누네스 메모는, 현재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을 무력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시도라는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누네스) 메모 내용은 왜곡돼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FBI와 법무부의 신뢰에 흠집을 내 진실을 묻으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도 내홍에 휩싸였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FBI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이익이 부합하는 것이 아니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지만, 하원 정보위는 “FBI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추가 메모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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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뮬러 특검이 해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누네스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메모 공개가, 상당히 진행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에 이로운 일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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