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에 약한 SK하이닉스, 최대 약점 '기업용 SSD'에 진출

중앙일보

입력

SK하이닉스가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기업용 SSD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4일 SK하이닉스는 SSD 개발을 마치고 미국의 주요 데이터센터와 서버 제조사들에 샘플을 공급했다고 4일 발표했다.

4테라바이트 용량을 지원하는 SK하이닉스의 4세대 3D낸드플래시 기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4테라바이트 용량을 지원하는 SK하이닉스의 4세대 3D낸드플래시 기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SSD(Solid State Driveㆍ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는 반도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보조기억장치다. PC의 하드 드라이브를 활용하는 기존 HDD(Hard Disk Driveㆍ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느리고 배터리를 많이 소비하는 한계에 부딪히자 대안으로 나온 게 SSD다. SSD는 반도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한다. PC 내장 부품을 구동시키지 않으므로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배터리 소모도 적다. 이런 장점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나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SSD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D램은 세계 2위지만 낸드는 세계 5위인 SK하이닉스 #고성능 기업용 SSD로 낸드플래시 시장에 도전 #4세대 3D 낸드플래시에, 자체 개발 컨트롤러ㆍ펌웨어 탑재

SK하이닉스는 이번 기업용 SSD에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4세대 512Gb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했다. 36단짜리 3D 낸드플래시 두 개를 이어붙인 72단 3D 낸드플래시는 이전 단계인 48단 제품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1.5배 더 쌓을 수 있다. 이 낸드플래시로는 최대 4TByte까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용량이 20Gbyte인 UHD급 영화를 200편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대용량이다.

용어사전낸드플래시

 낸드플래시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플래시 반도체는 전원이 끊어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가버리는 D램 반도체와 달리, 저장된 데이터를 전원이 꺼져도 보존한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직렬로 배치하는 플래시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는 좁은 면적에 쌓을 수 있는 셀이 많고 대용량화가 가능하다. 제조단가도 저렴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등 정보통신 기기의 메모리로 많이 사용된다.

이번 SSD에는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펌웨어와 컨트롤러도 탑재됐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주는 반도체로, 불량이나 이상 작동을 막아 제품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펌웨어는 이 컨트롤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다. 낸드플래시 시장 세계 5위로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컨트롤러를 외부 업체에서 사다 썼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기업용 SSD 시장 진출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용 SSD 시장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서버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으로, 일반 소비자용 SSD 시장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그만큼 기술 장벽도 높아 이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SK하이닉스에겐 SSD 경쟁력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 시장에선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44.5%)에 이어 시장점유율 세계 2위(27.9%)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시장점유율 10.5%로 삼성전자(39%), 도시바(16.8%), 웨스턴 디지털(15.1%), 마이크론(11.3%)에 이은 시장 5위다.

SK하이닉스 낸드 상품기획 담당 강진수 상무는 “성장세가 높은 기업용 SSD 시장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향후 회사의 낸드플래시 수익성 개선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전체 SSD 시장은 2017년 251억 달러(27조2700억원)에서 2021년 312억 달러(33조9000억원)로 연평균 5.6%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에서 기업용 SSD 시장은 지난해 134억 달러(14조5600억원)에서 2021년 176억 달러(19조1200억원)로 늘어나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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