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 억류 미국인 석방카드 꺼내면 펜스 대화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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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학 강연서 평창올림픽 북미 대화 전망 밝혀 #"펜스 부통령과 북측 대화, 北이 뭘 가져오냐에 달려" #"북한 자제하고 대화 나서도록 우리 정부가 설득 중" #"北 열병식, 세계 언론이 주목하지 않기 바랄 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마련될지와 관련해 “북한이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풀어주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평창에 오는)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는 물론이고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인 억류 문제를 고리로 북한과 미국 측에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특보는 지난달 30~31일 영국 소아스(런던 동양ㆍ아프리카대)와 바스대 런던캠퍼스에서 잇따라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한 강연을 했다. 문 특보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어떻게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현실을 직시하고 미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북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를 미국 측에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서 북 대표단과 실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현재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 대표단과 평창에서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그렇지만 북한이 무엇을 가져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이해관계는 늘 변하고, 리더들의 입장은 그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만약 북한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북미 간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북한이 계속 자제하는 행동을 보이고 대화하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에 그런 태도를 보이도록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영국 런던 소아스(동양ㆍ아프리카대)에서 평창올림픽과 북핵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영국 런던 소아스(동양ㆍ아프리카대)에서 평창올림픽과 북핵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열병식을 진행하는 데 대해 문 특보는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세계 언론들이 올림픽이 개막하니 열병식에 주목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사과했고, 정부가 북한 선수들을 초청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하키 선수들이 매우 빠르게 교체되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더라도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편에서 비판하는 것만큼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이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고 덧붙였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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