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연설 두고 “文 정권 등짝 후려쳐” vs “혼수성태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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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 김 의원 연설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 김 의원 연설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본래 준비했던 연설문과 다르게 “문빠 포퓰리즘으로 홍위병 정치를 시도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적폐청산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권양숙 여사 640만불은 왜 꿀 먹은 벙어리인가” 등의 발언을 하며 문재인 정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발 정신을 좀 똑바로 차려달라는 의미였다”며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등짝을 강하게 후려쳤다”고 자평했다.

그는 “제 진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 국민의 사회적 대통합 축제가 되길 바랐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한미동맹과 손을 잡기보다는 일시적인 북한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김정은의 손을 잡았다”고 연신 비판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또 “대한민국은 올림픽 이후가 더 크게 걱정된다”며 “제천·밀양참사 등 사회적 참사로 국민 눈에 피눈물이 나도 이 정부는 보여준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림픽을 불과 며칠도 안 남은 이 날까지도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정치보복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희한한 정권이 평창올림픽을 주관하고 있다. 정말 DNA부터 글러 먹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사진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김 원내대표와 라디오 방송을 함께한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 연설을 들으며 나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잘 참았지만, 사람들이 그를 혼수성태라고 칭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연설이었다”며 “1년 6개월 동안 그를 상대로 방송했던 나 스스로가 참 대견하다”고 적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페이스북]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페이스북]

박영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황당 연설을 듣고 있자니 정말 화가 난다. 적반하장”이라며 “당신들이 진실을 숨기기 위해 그동안 별 난리를 쳤으나 결국 진실은 드러나고 있다. 검찰 권력을 악용해 그동안 BBK 진실을 말했다고 나와 내 주변을 얼마나 괴롭혔나. 그런 과거는 잊었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전해철 의원과 대화하는 사진을 두고는 “‘혼수상태의 황당 연설 가만둬서는 안 되지 않나’ 이 말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사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손혜원 의원은 “뭐 눈에는 뭣만 보인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며 “문 대통령 지지율을 문빠 포퓰리즘으로 오독하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처절한 열패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권의 등짝을 후려쳤다고 자평하는 김 원내대표. 제가 보기에는 민심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 자신의 머리로 벽돌 담장을 들이받은 것 같다. 철철 흐르는 피, 자신만 모르는 듯”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을 비롯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기반성도 없고, 제1야당의 품격도 못 지킨 채 오로지 남 탓으로 일관한 자유한국당 대표 연설”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흠집 내기에만 매몰된 정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원조 적폐에 대한 참회 없이 목청만 높인 김 원내대표 연설”이라며 “야당으로서 여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기대하는 바이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비판만이 진정성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분식연설’이라고 칭하며 “오늘 연설을 계기로 본인 언어에 품격을 갖춰보는 것은 어떤가. 이미 사그라졌지만 실낱같이 남아있는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드리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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