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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 신 하나라는 뜻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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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김진호 외 9인 지음, 글항아리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십계’는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돌판에 새겨진 열 개의 계명이다. 구약시대에는 유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이민족과의 전쟁 속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주문이기도 했다. 과연 그게 다일까.

이 책의 저자는 열 명이다. ‘십계’의 계명 하나씩을 골라 더 본질적이거나, 더 인문학적이거나, 더 동시대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그래서 책 제목에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 되지 못한’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2012년 신앙인 아카데미와 우리신학연구소(가톨릭),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개신교), 세 단체가 진행한 공동 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가 책 출간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첫 계명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를 다루며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하나의 신’에 담긴 의미를 파고 든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이 야훼(주님)가 한 분이라고 할 때, 그 ‘하나’의 의미를 성찰하지 않고 그저 수량적으로만 이해하면서 제1계명이 수많은 오해와 갈등의 진원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십계’를 맹목적 복종을 요구하는 엄격한 율법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숙고와 성찰의 통로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신이 하나다’라고 할 때의 하나는 전체를 의미하며, 신은 모든 곳에 있다는 ‘내재적 초월’ 혹은 ‘초월적 내재’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기독교인의 생각처럼 나와 너를 나누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살인하지 말라’(제5계명)에서는 사회적 절망과 자살 문제를 다루고, ‘간음하지 말라’(제6계명)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시대정신을 논한다. 열 개의 눈으로 열 개의 계명을 다루는 방식이 다채롭다. 하지만 하나의 눈을 통한 관통이란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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