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3주년 … 다국적군 철수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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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에 따라 현재 다국적군은 26개국 2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 중 다시 8개국 7000여 명이 철수해 연말이면 18개국 1만7000여 명만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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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군.철군 도미노=우선 한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3000명)을 주둔시켜 온 이탈리아가 올 연말까지 전 병력을 철수한다. 또 육상자위대 병력 600여 명이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도 5월 말까지 철수를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450명이 주둔 중인 호주도 3월 중순 철수를 시작해 5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내고 있는 영국은 현 8000여 병력 중 10%인 800명을 5월까지 감축해 7200여 명만 남겨 둘 계획이라고 존 리드 국방장관이 13일 공식 발표했다. 영국은 그 뒤에도 단계적으로 병력을 줄여 2008년 중순까지는 전원 철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영국에 뒤이어 규모 면에서 3위인 32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한 한국도 4월부터 1000명을 줄여 올해 말까지 2200명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무와파크 알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2006년 말까지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10만 명 이하로 감축될 것이며, 2007년까지는 병력 대부분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배경=미국은 현재 이라크 주둔 병력을 줄이고 현지 군경에 치안 임무를 이양하고 있다. 최고 25만 명에 이르던 이라크 주둔 미군은 현재 13만2000명 선으로, 개전 이래 가장 적다. 이라크 장기 주둔으로 부담을 느껴 온 파병국 정부로서는 감군이나 철군을 하기가 쉬워진 셈이다.

미군 전사자 수도 지난해 10월 26일 2000명을 넘어선 이래 5개월 동안 300명 정도만 추가돼 월평균 60명 정도다. 2004년 9월 1000명을 돌파한 지 13개월 만에 1000명이 추가로 숨져 월평균 77명이 숨진 것과 비교해 속도가 늦어진 셈이다. 미군이 대반군 작전 활동을 줄이고, 대신 이라크군의 투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군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23만5000명에 이른다. 또 매달 5000명이 새로 충원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미군은 연말까지 이라크 대부분 지역 치안을 이라크군에 넘기고 테러리스트 추적에 집중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치안권 이양 시한을 밝혔다.

◆ 돌아선 민심=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3주년을 맞는 20일 "이라크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미국은 이로 인해 안전해졌다"는 요지의 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지친 미국민의 민심을 돌이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갤럽 조사 결과 미국민의 57%가 '이라크 전쟁은 실수'라고 생각하며, 67%는 '부시가 이라크를 통제할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가 이라크의 내전 위기를 우려하고 있으며, 52%가 '이제 미군이 이라크에서 떠날 때'라고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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