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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메이 총리 “중·영, 핵 포기까지 대북 유엔 제재 지속 합의”

중앙일보

입력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첫 기착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대학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첫 기착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대학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엔 틀 안에서 북핵을 해결한다는데 합의했다. 31일 중국을 방문한 메이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유엔 틀 안에서 북한을 비핵화시키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영국이 공조에 합의한 것이다.

영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철폐 등 10여건 협정 서명 #리커창 총리 “자유무역 수호·세계화 추진” 트럼프 견제

양국 총리는 자유무역 수호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 수호와 세계화 추진이 회담의 첫 번째 주제였다”며 “세계 주요 경제체이자 무역 대국으로 중·영 양국은 자유주의를 수호하고 세계화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역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적 발언이었다.

메이 총리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장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50여 명의 경제·학술·사회단체  인사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수행단을 동반한 메이 총리 일행은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선 중국 시장이 영국 기업에 더욱 개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흘 일정의 메이 총리 방중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했다. 85개 대학, 130여 만명의 대학생이 밀집한 세계 최대 교육 도시인 우한에 도착한 메이 총리는 우한대학을 방문해 유학생 교환 등 양국 간 교육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한대학에 이어 황학루(黃鶴樓)와 양국 청소년 교류 행사를 참관한 메이 총리는 곧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총리의 공식 환영행사와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회담에 이어 양국 총리는 10여 건의 협정 서명식과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명 조약에는 6개월 이내에 중국이 영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철폐하는 문건도 포함됐다.

쇠고기 시장 개방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중국의 중산층과 서비스 시장에서 찾는 메이 총리가 거둔 성과다. 중국으로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대표적인 대외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대한 영국의 지지가 필요했지만 메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에 이어 이날 국정연설에서 ‘라이벌’로까지 규정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일대일로’를 승인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메이 총리의 이번 방중으로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달라이 라마 회담으로 초래됐던 갈등을 접고, 2015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영국 방문으로 다진 ‘황금시대’라는 밀월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황금시대’에 걸림돌도 없지 않다. 홍콩의 일국양제 보장도 하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의 크리스 패튼 마지막 총독은 메이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20년 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때 약속한 인간의 권리와 자율성에 대한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이 총리 일행은 1일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과 양국 경제인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일 상하이를 방문한 뒤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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