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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빨리 치료하도록…의원 50분 상담 비용 57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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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은 현대인에게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를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늘어난다. [중앙포토]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은 현대인에게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를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늘어난다. [중앙포토]

이르면 5월부터 '마음의 병'을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늘어난다. 병ㆍ의원에서 장시간 상담받을 때 내는 진료비가 줄어들고, 인지ㆍ행동 치료에도 건보가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의결했다.

치료 미비 등에 따른 자살 문제 여전히 심각 #진료시간 따른 수가 높여 장시간 상담 유도 #환자 부담률은 인하…병의원 비용 줄게 돼 #'비급여' 인지·행동 치료도 건보 적용키로 #정신과 치료 개편, 이르면 5~6월부터 시행 #혈액암 치료제 '키프롤리스'에도 건보 적용

 정부가 정신과 진료 체계에 손을 대는 건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2016년)으로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자살 사망자의 88.4%는 평소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의 22.2%만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한다. 첫 치료까지도 약 1년 반 걸린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건보 수가 미비 등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이번에 장시간 상담 치료의 수가를 대폭 높였다. 정신과 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환자 1명을 30분간 집중적으로 상담하는 것보다 10분씩 3명을 진료하는 게 수입 면에서 배 가량 많다.

 앞으로는 진료시간 10분 단위로 수가 체계가 5단계로 나눠진다. 지금은 치료 기법에 따라 세 단계로 돼 있다. 5단계(10분 이하, 10~20분, 20~30분, 30~40분, 40분 초과)로 쪼개면서 상담시간이 길어질수록 수가가 올라간다. 다만 가장 낮은 단계의 수가는 되레 5% 내린다. 짧은 치료를 받아온 기존 환자들은 추가 부담이 없다는 의미다.

 이동우 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현재는 대략 15분, 45분 정도로 비용이 달라지는데 길게 상담해도 수가가 낮고 치료 기법 차이도 불분명한 편이다"면서 "이번에 시간 단위로 수가를 나누면서 의사들이 환자 상담을 길게 하도록 유도했다. 외국에선 대부분 시간에 따라 수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신과 진료 비용 변화. 의원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 환자의 본인 부담액은 1만7300원에서 1만1600원으로 5700원 줄어든다. [자료 보건복지부]

정신과 진료 비용 변화. 의원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 환자의 본인 부담액은 1만7300원에서 1만1600원으로 5700원 줄어든다. [자료 보건복지부]

 또한 정신과 치료비 중에서 환자가 내는 법정본인부담률을 20% 포인트 내린다.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에서 장시간 상담을 받게 되면 현재보다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정신과 의원에서 50분간 상담 치료를 받는 환자는 현재 1만73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1만1600원만 내면 된다.

 그동안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됐던 인지ㆍ행동치료에는 건보가 새로 적용된다. 이는 왜곡된 사고를 스스로 발견해서 수정하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정신 치료법의 일부다. 그동안 표준화된 치료 과정이 없고 치료비용은 모두 환자가 부담했기 때문에 건보 적용 요청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울증ㆍ공황장애 등에 30분 이상 시행하는 인지ㆍ행동 표준 치료법을 마련했다. 약 5만~26만원으로 천차만별이던 진료비도 앞으론 1만6500원(의원급 재진 시)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변화들은 법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5~6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 여성 암환자가 침대에 누워 항암제를 맞는 모습. 혈액암 치료제인 키프롤리스주를 쓰는 환자들의 부담이 앞으로 줄어들게 됐다. [중앙포토]

한 여성 암환자가 침대에 누워 항암제를 맞는 모습. 혈액암 치료제인 키프롤리스주를 쓰는 환자들의 부담이 앞으로 줄어들게 됐다. [중앙포토]

 이날 건정심에선 다발성골수종(혈액암) 치료제인 ‘키프롤리스 주사제’의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의결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현재 1100만~1400만원(4주 기준)인 본인 부담액이 51만~62만원까지 내려간다. 또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쓰이는 옵디보ㆍ키트루다는 흑색종에 쓸 경우에도 건보가 적용된다. 다음 달 4일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연명의료결정 관련 시범 수가, 요양병원 호스피스 2차 시범사업 수가도 정해졌다. 말기 환자에 대한 제도 설명, 연명의료 과정의 계획·이행 등에 적용되는 금액 등이 해당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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