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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20일 앞두고 처벌 위기 다스 여직원, 입 열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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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횡령’ 다스 여직원 조모씨가 10년만에 처벌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다스 수사팀은 전날 조씨를 횡령 혐의 피의자로 긴급 입건하면서 전방위로 압박을 펼치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비자금 조성'의 수수께끼를 풀 인물로 지목된 그의 심경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0억 횡령’했지만 처벌 피한 미스테리 여직원

다스 전 경리팀 여직원 조모씨가 31일 조사를 마치고 서울 동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를 쥔 인물로 지목된 상태다. [연합뉴스]

다스 전 경리팀 여직원 조모씨가 31일 조사를 마치고 서울 동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를 쥔 인물로 지목된 상태다. [연합뉴스]

다스 경리팀의 20대 막내 직원이던 조씨가 다스에서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였다. 그는 몇 천만원씩 현금 다발을 종이 가방과 은행 봉투 등에 담아 협력업체 직원인 이모씨에게 전달했다. 이씨가 조씨에게 ”이게 무슨 돈이냐“고 물었지만 ”걱정말고 관리만 잘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비자금이 80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5년 뒤 불거졌다.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들통나 돈을 다스에 반환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횡령한 돈이 줄기는 커녕 이자까지 합해 120억으로 불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 횡령범들이 횡령한 돈을 탕진해버리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었다. 이를 두고 “이명박(MB)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다스의 실소유주이며, 그의 지시를 받고 조씨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호영 특검팀이 2008년 BBK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정호영 특검팀이 2008년 BBK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당시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MB는 물론이고 ‘MB 최측근’으로 불리던 다스 김성우 당시 사장과 권승호 전무의 관여 여부마저도 밝혀내지 못했다. 김성우 사장을 비롯한 다스 주요 임원들의 계좌를 추적했지만 조씨와의 자금 흐름 등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 역시 특검 조사에서 “내가 다스 비자금을 만들었다”고만 일관했다. 조씨를 비롯한 다스 직원들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은 채 ‘조씨 개인횡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조씨를 둘러싼 의혹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조씨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다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수사 당시 다스는 ‘조씨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까지 특검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한 당시 특검팀 관계자는 “조씨가 다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해석을 내놨다.

다스 임직원들 줄줄이…"MB가 실소유주"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중앙포토]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중앙포토]

약 10년이 지난 지금 조씨를 둘러싼 상황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다스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되자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다스 이상은 회장의 운전기사로 18년간 일한 김종백씨가 기존의 특검 진술을 뒤집고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고 주장한 것이다.

다스 경영진들도 연이어 말을 바꿨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는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부장 신봉수)에 "기존 특검 진술이 거짓이었다"며 이달 초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무엇보다 조씨 자신의 신병이 불투명해졌다. 서울 동부지검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은 30일 조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경법상 횡령은 이득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횡령' 법정형은 5년 이상…여직원 입 열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 의혹 풀릴까.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 의혹 풀릴까. [중앙포토]

법조계에서는 다급해진 조씨가 ‘윗선’들의 지시를 검찰에 털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도 조씨를 상대로 과거 120억원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모 전 전무 등 경영진이나 제3자의 지시를 받고 조성한 회사 차원의 비자금 아닌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은 최근 언론에 “120억원은 MB는 모르는 돈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대신 추가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를 언급, "이중 200억원 가량이 MB 비자금”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조씨가 추가 비자금 300억원의 의혹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검찰이 규명해야할 주요 사안으로 떠올랐다.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의 공소시효는 2월 21일까지다. 공소시효를 20일 앞두고 혼자 피의자로 전환되며 처벌 위기에 놓인 조씨의 입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윤호진ㆍ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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