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적극 실천하겠습니다"

여야 5개 정당 대표들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을 맺고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중심당 신국환 공동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5·31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김영래 공동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손지열 위원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오종택 기자

대통령이 초청해도 한두 명씩 빠지던 5개 정당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지열 중앙선관위원장이 제안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문' 체결식을 갖고 거기에 서명하기 위해서다.

손 위원장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한화갑 민주당.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와 김영래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공동위원장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과거에도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주최하는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 같은 게 있었으나 당 대표들이 참석한 건 처음이다. 이해찬.최연희 파동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은 정치권이지만 중앙일보와 중앙선관위, 매니페스토 추진본부가 주도하는 '매니페스토 공약 따져보기 운동'에 그만큼 공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날 7명이 서명한 협약문은 정치권과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한국적 매니페스토'를 공식으로 정의했다는 의미가 있다.

협약문에 따르면 매니페스토는 '목적과 우선순위, 절차, 기간, 재원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잘 갖춰진 정책공약'이다. 협약문은 또 "지방자치가 중앙정치만큼 중요하다"고 적었다. 지방선거의 격과 중요성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 못지않다는 인식을 반영했다.

5당 대표들은 당의 후보경선 단계에서부터 지원자들에게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했다. 이에 따라 3만 명쯤 예상되는 출마 희망자들은 매니페스토 공약을 준비해야 한다.

협약식 뒤 손지열 위원장은 "깨끗한 선거는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 정책경쟁 위주로 선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의장은 "앞으로'빌 공(空)'자 공약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만큼 지켜졌는지 선거 뒤 백서를 만들어 꼼꼼히 짚겠다"고 약속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은=공약 제대로 따져보기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우선순위''기간''공정''예산' 등의 사항을 수치로 명기해 검증과 평가를 쉽게 받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영국에선 1997년 총선 때 노동당의 블레어 후보가, 일본에선 2003년 지방선거 때 현지사에 출마했던 마쓰자와 후보가 시작해 확산되고 있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실천 협약문안

우리는 선진선거문화와 정치발전을 가로막은 지역주의, 연고주의가 해체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 시대는 깨끗한 선거에 이어 정책으로 승부를 겨루는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5월 31일의 지방선거는 정책들이 경쟁하고 꽃피우는 축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정책선거를 실천하기 위해 국민 앞에 다음과 같이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

우리는 선진선거문화와 정치발전을 가로막은 지역주의, 연고주의가 해체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 시대는 깨끗한 선거에 이어 정책으로 승부를 겨루는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5월 31일의 지방선거는 정책들이 경쟁하고 꽃피우는 축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정책선거를 실천하기 위해 국민 앞에 다음과 같이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

1. 지방자치는 중앙정치만큼 중요하다. 좋은 지방자치는 좋은 지방선거가 만들어 낸다. 우리는 5.31 지방선거가 건강한 경쟁 속에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2. 지방선거가 합리적인 생각에 기초해 공정하고 명랑하게 치러지도록 우리는 지역에 알맞은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한다.

3. 좋은 정책은 목적과 우선순위, 절차, 기간, 재원의 다섯 가지 요소가 짜임새 있게 갖춰지고, 사전 검증과 사후 평가가 용이한 것이라야 한다.

4. 후보자들이 좋은 정책을 만들어 제시하고, 유권자들이 좋은 정책을 따져볼 수 있게 하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5. 각 정당은 출마 후보자 선정단계에서부터 지원자들이 매니페스토 정책을 제시할 수 있게 노력하고, 각급 선관위는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선다.

6. 시민사회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평가하는 근거를 제시해 널리 알리고, 스스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협약의 이행과 실천에 신의성실을 다할 것을 서약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