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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이권개입이 주요 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경환씨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l6일 12명의 구속기소로 착수 26일만에 모두 끝났다.
아직 전씨 개인의 비리와 관련된 몇몇 업체의 은행대출부분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기소는 수사의 일단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제 이 사건은 사법부의 심판만 남게 된 셈이다.
이 사건은 제5공화국의 성역을 다루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대규모 권력형 경제부정사건이나 주요 시국사건등의 처리과정에서 실추됐던 검찰권에 대한 명예회복 여부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새정부의 앞으로의 권력형비리에 대한 태도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수사결과가 큰 관심을 모아왔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에 전력투구하다시피 했고 조금이라도 의혹이나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
전씨의 재산 해외도피, 각종이권개입부분이 「설」로만 끝난 아쉬움이 있지만 검찰은 외부의 압력없이 큰 사건을 마무리지었다는 점만으로도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는 상당한 다툼 또한 없지 않을 것 같다.
재판은 우선 늦어도 9월말까지 1심이 끝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쟁점은 공금횡령과 이권개입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금 횡령=73억6천여만원의 액수등 공소사실을 갖고 다투기 보다는 범의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검찰은 서류상에 확실히 나타나 물증이 확보된 부분만 기소했고 법률적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제외했기 때문에 공소유지를 낙관하고 있다.
다만 전씨는 검찰 수사에서 이미 불법령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시종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검찰은 전씨가 개인재산 증식을 위한 횡렴임을 입증하는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공금횡령의 대부분이 투입된 인창상가인수에 대해 전씨는 인창상가를 화훼단지 전문상가로 만들어 꽃중개상인 김호진씨등을 통해 꽃수출을 하기위한 새마을사업의 한가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마을공금을 빼내 새마을사업에 투자한 것이므로 법률적 횡령은 될지 모르나 개인재산 증식을 꾀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씨는 인창상가 인수자가 자신명의가 아닌 김호진씨형제 명의이고 대리인인 정정대씨가 새마을운동본부간부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입증하려고 하고있다.
검찰은 그러나 5공화국의 말기가 가까와지자 전씨가 초조한 나머지 인창상가를 인수, 개인재산으로 차지하려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권개입=검찰은 전씨가 공금횡령보다 이권개입부분을 더욱 강력히 부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 드러난 이권개입은 하이야트호텔 경영권분쟁 해결명목의 2억원과 인하대의대부속병원 신설허가 저지명목의 1천7백만원, 우장산공사 수의계약을 둘러싼 2억원등 모두 3가지.
이권개입은 선의의 공금횡령보다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전씨가 돈받은 사실은 시인하더라도 청탁목적이란 점은 인정할리가 없다.
전씨는 검찰에서 코스모스 백화점 정규성회장(80)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호텔경영권 분쟁해결 명목이 아니라 단순히 새마을사업 격려금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전씨는 「정회장의 나이가 부모뻘이기 때문에 격려금으로 별 생각없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천 길병원 이사장 이길녀씨(56·여)로부터 1천7백만원을 받은 것은 인하대병원신설허가저지 목적이 아니라 미국출장때 여비 명목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씨가 부인하더라도 이미 금품을 건네준 정회장과 이이사장으로부터 청탁부분에 대한 완벽한 진술을 증거로 확보했기 때문에 공소유지를 자신하고 있다.
◇정상논=법조계에서는 이사건의 법률다툼보다 정상론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자신이 비록 공금을 횡령했다 하더라도 국가와 민족의 「새마을사업」을 위한 비리일뿐 사복을 채운 것은 아니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 분명하다. 또 공유수면매립법·건축법·외환관리법등은 이 사업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불가피했으며 소소한 일은 자신이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같은 명분을 앞세운 정상론은 형량판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전씨뿐만 아니라 함께 구속된 모든 피고인들도 똑같이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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