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只爭朝夕<지쟁조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8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분초를 다투어(時不我待 只爭朝夕) 일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 5일 중앙당교 연수반 개학식에서 ‘지쟁조석(只爭朝夕) 정신’을 강조했다. 지쟁조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한 말이다. 1963년 1월에 지은 시 “만강홍·궈모뤄 동지와(滿江紅·和郭沫若同志)”에서다. 당시는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인도 지지와 중국 반대를 외칠 때였다.

작은 지구에 몇 마리 파리가 벽에 부딪힌듯(小小寰球 有幾個蒼蠅碰壁)/앵앵거리는 소리 처량하다(嗡嗡叫 幾聲淒厲 幾聲抽泣)/개미가 홰나무 아래에서 나라 크다 자랑함이 왕개미가 나무 흔들겠다는 말인 양 가소롭다(螞蟻緣槐誇大國 蚍蜉撼樹談何易)/우리가 돌격 호각을 불었으니 추풍처럼 장안의 낙엽을 쓸어버리리(正西風落葉下長安 飛鳴鏑)/많은 일은 모두 다급하다(多少事 從來急)/하늘과 땅이 자전하고 시간은 긴박하다(天地轉 光陰迫)/일만 년 기다려야 승리한다면 너무 오래니, 우리는 서둘러 분초를 다퉈야 한다(一萬年太久 只爭朝夕)/세상은 사해가 용솟음치고 비구름 가득하며 다섯 대륙이 진동할 정도로 형세가 변화무쌍하다(四海翻騰雲水怒 五洲震盪風雷激)/인류에 해를 끼치는 모든 변절자를 없앨 때 세계는 태평해지리(要掃除一切害人蟲 全無敵)

고 민두기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대약진운동) 열기 그늘 속에 2000만 명 이상이 아사하던 조급한 돌진의 시기에 마오쩌둥은 남의 나라에서 1만년 단위로 역사가 전개될지라도 중국에서는 한 시간, 한나절 단위로 급박하게 역사가 전개되어야 한다고 조급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가을 금세기 중엽 미국 추월을 선언한 시 주석의 조급함이 문화대혁명 직전 마오를 닮고 있다. 중국의 원로 역사학자 장카이위안(章開沅·92)은 “조급 의식이 무한하게 팽창하거나 남용되면 민족을 풍광(瘋狂)케 하여 민족의 재난 또는 세계의 재난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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