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옷차림 개성을 가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토요일인 지난 9일 오후 모처럼 바람이 자고 햇볕마저 따뜻하여 주말의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인파들로 명동거리는 크게 붐비고 있었다. 리어카 좌판에 젊은이들을 상대로 값싼 의류·액세서리·바나나와 호떡 등 주전부리 감을 팔고 있는 행상들.
마침 명동 옛 국립극장 앞에서 퇴계로 쪽으로 뚫린 골목은 봄옷을 구경 차, 쇼핑 차 삼삼오오 떼지어 나온 10대 중·고교생인·여학생들로 붐비고있었다. 빌리지I·Ⅱ, 발렌타인, 포스트 카드, 키 스테이션, 코오롱 저스트 등 10대 취향의 옷가게들이 줄이어 있는 골목인 때문이다.
『얘, 저 블라우스 어때? 흰색 레이스 달린 것, 꽃 부로치랑 어울리겠지?』 『웬일이니? 촌스럽잖아, 너 줄무늬 폴라 티 산다고 했잖아? 아니면 후드 달린 영어 씌어진 티나…』
여고 3년 생이라는 2명의 10대들이 옷가게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주고받는 대화다. 그들은 곧 옷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둘 다 희끗희끗한 블루의 스노 진 바지에 점퍼티셔츠 차림.
1, 2층으로 된 총면적이 실히 70∼80평은 될 듯한 명동의 B매장. 1층은 영자가 프린트된 모자 달린 티, 선원 옷을 연상시키는 굵은 줄무늬 티와 타이츠, 미니기장의 프릴 달린 스커트 등 이른바 아메리칸 스타일의 캐주얼들이 멋진 코디네이트를 이뤄 전시되어 있다.
지하층은 지난봄부터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이른바 올리브 스타일의 옷들. 레이스 달린 큰 칼라의 블라우스와 프릴 달린 꽃무늬 스커트, 분홍색 하늘색 등 파스텔조의 봄스웨터들, 한껏 소녀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옷들이다.
전세계 젊은이들의 유니폼이라는 진은 치마는 미니 기장으로, 재킷은 한껏 짧아진 위에 구슬이나 자수를 놓은 스타일로 새로이 선보이고 있다.
『주말이면 하루 1천명 정도의 손님이 드나드는데 그중 70%정도가 중고 재학중인 여학생들 이예요.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오는데, 눈들이 높아요. 와펜(훈장모양의 장식)붙여진 것, 독특한 나염 프린트가 된 것 등 개성이 있는 옷을 찾아요.』명동의 10대상대기성복점 빌리지Ⅱ의 여점원 박정선 양의 얘기다. 이들 10대들을 상대로 한 옷가게가 이제는 고가의 상점이 거의 떠나버린 명동을 비롯하여 신촌 이대입구, 압구정동 등에 몰려있다.
『10대들은 그 연령층 특유의 감수성으로 새로운 유행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스스로 유행을 창조합니다. 요즈음은 단정함보다는 뭔가 남과는 다른 개성을 중히 여기는 것 같아요. 평범한 것을 아주 싫어해.』
10대를 위한 기성복을 만들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김희자씨의 말이다.
그러나 일부 10대들이 일본 월간잡지 『논노』나 『모아』 등에 등장하는 모델차림을 무조건 따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이른바 10대 패션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불과 4, 5년 안팎. 83년 중 고생 교복자율화부터다. 86년부터는 일부학교에서 지나친 사치, 교육효과 등의 이유로 교복을 부활시켰으나 서울의 경우 총5백70여개교 중 80개교만이 교복을 입고있다.
패션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고생의 복장자율화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며 『자신의 형편에 맞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박금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