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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전지현·이효리 춤 에 매료 ? 다 제 손 거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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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광고안무가라는 말은 아직 낯설다. 쉽게 말하자면 광고 속 모델들의 춤동작을 지도하는 안무가다. 거세게 불고 있는 춤바람 덕분에 생겨난 신종 직업인 셈이다. 전지현.이효리.김태희.하지원.정우성 등 톱스타들이 그의 안무지도를 받아 광고 속에서 빼어난 춤 동작을 뽐냈다. 그의 터치가 들어간 광고만도 200편이 넘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모션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사진=김태성 기자]

#좌절을 이겨낸 인간승리=MBC 무용단의 수석무용수를 거쳐 재즈무용가로 한창 활동하던 1999년, 그에게 불운이 닥친다.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무릎관절을 심하게 다친 것. 의사는 격렬한 춤 동작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무용가 사망'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수술과정에서 무릎에 핀을 박으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춤은 영구히 못 춘다는 말을 듣고 핀을 박는 대신 피나는 재활치료를 택했다. 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격렬한 동작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택한 길이 '안무 기획'. 좌절 대신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곽씨는 "지금은 노래의 8마디 정도만 시범을 보이는 정도"라며 "제한된 활동량으로 춤에 대한 열정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방법이 동작을 가르쳐주는 안무 지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안무가 외에 재즈안무가, 댄스학원 원장의 명함도 갖고 있다.

곽용근씨가 자신이 안무한 광고속 스타들의 춤동작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왼쪽은 정우성·고소영이 출연했던 지오다노 광고. 오른쪽은 전지현이 화려한 테크노댄스를 선보였던 삼성 프린터 마이젯 광고. 김태성 기자

#'모션의 마술사'=그의 안무가 더해지면 광고는 물론 광고 모델의 부가가치도 한 단계 더 높아진다. 그의 가치를 세상에 처음 알린 광고는 1999년 전지현의 테크노댄스가 돋보였던 삼성 프린터 마이젯 광고. 시청자를 빨아들일 듯한 격렬한 댄스는 신인 전지현을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 광고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를 곽씨는 '입체적인 섹시함'이라고 분석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섹시한 포즈가 어깨 정도의 노출이었는데, 마이젯 광고는 당시 금기시됐던 히프.가슴.어깨 라인을 중점적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았습니다. 증명사진 같던 춤을 3차원적인 춤으로 발전시킨 첫 광고라고 할 수 있겠죠."

이후 그는 청춘 뮤지컬 '그리스' 댄스풍의 지오다노 광고(정우성.고소영 출연), 이효리의 애니콜 광고, 하지원의 뱅뱅 광고 등의 화제작을 만들며 광고계 최고안무가 자리에 올랐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맷돌춤'(SKY 휴대전화 광고)도 그의 작품. 그러나 그는 맷돌춤 신드롬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은 50%뿐이라고 말한다.

"비좁은 클럽무대에서 코믹하게 출 수 있는 춤이 목 돌리기라고 제안했는데, 모델 박기웅이 즉흥적으로 목돌리기 춤에 가수 싸이의 더듬이 춤을 접목시킨 겁니다."

맷돌춤 신드롬에 대해 그는 "춤 잘 추는 사람이나 못 추는 사람이나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재미있는 춤이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6초에 승부 거는 광고댄스의 미학=광고안무가로서 그는 모델의 춤 동작보다 그 동작이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더 유심히 살펴본다. "일반적인 댄스는 전체적인 구성과 디테일을 보지만, 광고 댄스는 카메라앵글에 맞는 적확한 동작을 필요로 합니다. 상체만 클로즈업하는데 굳이 히프까지 돌릴 필요는 없는 거지요. 15초 광고에서 춤 부분이 대개 6, 7초인데 그 짧은 시간에 스타일리시하고 임팩트 있게 동작을 표현하는 게 관건입니다."

광고모델이 콘티에 있는 춤을 소화해내지 못할 때 그가 잘하는 동작을 재빠르게 포착해 다른 춤으로 바꿔주는 순발력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광고댄스에서 돋보이는 스타급 모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업비밀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곽씨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효리는 골반입니다. 골반만 튕기면서 돌리는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전지현은 옆모습 보여주며 추는 댄스가 일품입니다. 하지원은 뒷모습을 드러내는 S라인 댄스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청바지 모델로는 적격이죠. 하지원은 배우가 안됐으면 아마 춤꾼이 됐을 겁니다."

최고의 광고안무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재즈무용가에 대한 미련이 왜 없겠는가. 그래도 그는 온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를 통해 가장 트렌디한 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춤꾼으로서의 보람을 찾는다고 한다. 춤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영화가 늘어나면서 그는 더욱 바빠졌다. 제작 중인 영화 '미녀는 괴로워'(김아중.주진모 주연)의 경우 그가 기획단계부터 참가해 배우들의 안무와 오디션을 맡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화제가 될 때 춤을 빼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김완선.서태지에서 꼭지점 댄스까지…. 저는 한국 사람 모두의 DNA에 녹아있는 춤 끼를 그저 선명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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