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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통령 생일 ‘文팬 번개’ 가보니…“실수해도 지지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모임인 '문팬' 회원들이 문 대통령 생일인 24일 서울 북창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 번개' 모임을 가졌다. 하준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모임인 '문팬' 회원들이 문 대통령 생일인 24일 서울 북창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 번개' 모임을 가졌다. 하준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인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북창동의 한 식당에 스스로 ‘문파(文派)’ 또는 ‘문(文)팬’이라고 부르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지만 30·40대 직장인이 다수였다. 모임의 이름은 ‘문 대통령 생신 기념 전국 대번개’. 이날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 18개 지역에서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서울에서만 4군데에서 모임이 이뤄졌다고 한다.

자발적 참여 강조하며 회비 2만원 걷어 #“사랑하는 우리 이니~” 생일 축하노래 #“남북 단일팀 추진서 아쉬운 점 있지만, #대통령의 선한 의도까지 비난해선 안돼”

사전에 전화로 참가 신청을 하고 ‘저녁 번개’에 동석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Happy Birthday(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걸개가 눈에 띄었다. 걸개 속엔 웃고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있었다. 기자와 인사를 나눈 행사 진행자 이모(46)씨는 “우리 힘으로 이런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솟는다”며 즐거워했다.

문 대통령 생일 기념 번개 모임에 참석한 전현희(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케이크와 함께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문 대통령 생일 기념 번개 모임에 참석한 전현희(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한 케이크와 함께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행사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예비주자인 전현희 의원이 함께했다. ‘문(文) 정부는 내가 지킨다!’라는 글귀가 달린 케이크를 준비한 전 의원은 “저는 1호 문꿀오소리(문 대통령 열혈 지지자)다. 대선 당시 서울 지역 책임자로서 문 대통령 당선시켜준 열혈 지지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전 의원은 송파지역에서 열리는 또 다른 ‘문팬 저녁 번개’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이날 행사에는 문팬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2단 생일 케이크가 등장했다. 하준호 기자

이날 행사에는 문팬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2단 생일 케이크가 등장했다. 하준호 기자

참석자들은 각자 회비로 2만원을 걷었다. 행사 진행자 중 한 명은 “우리는 만날 때마다 갹출해서 비용을 마련한다”며 자발적인 참여임을 강조했다. 40여 명의 참석자들 가슴에는 온라인 팬카페에서 사용하는 별명이 붙었다.

전 의원이 가고 난 후 생일 축하 2단 케이크가 등장했고, 참석자들은 저마다 고깔모자를 썼다. 촛불이 켜지자 “사랑하는 우리 이니~”라는 노래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청와대도 가까운데 대통령님 모셔오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삼겹살을 굽는 동안 ‘이니 굿즈(문 대통령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를 건 경품 행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생년 월일, 결혼기념일, 취임 직후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귀 등을 맞추면 문 대통령의 사진이 새겨진 머그잔을 받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 내외의 사진과 발자취를 기록한 ‘스토리북’도 현장에서 즉석 판매됐다.

문 대통령의 사진을 새겨 넣은 머그잔은 이날 퀴즈 경품으로 나와 인기를 모았다. 하준호 기자

문 대통령의 사진을 새겨 넣은 머그잔은 이날 퀴즈 경품으로 나와 인기를 모았다. 하준호 기자

술잔이 돌자 자연스럽게 현안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암호화폐 대책과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 논란을 거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점을 짚자 “문 대통령이 실수해도 우린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개인사업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문 대통령이 아직 실수한 적은 없지만, 향후 국정 운영 중 빚어질 수 있는 실수까지 용납할 수 있다”며 “맹목적 지지라는 비판은 알지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것을 생각하면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유모(54·여)씨는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역지사지의 자세 없이 무조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생일기념 문팬 번개모임에서 즉석 판매된 1만3000원짜리 '문 대통령 스토리북'은 현장에서 모두 팔렸다. 하준호 기자

문재인 생일기념 문팬 번개모임에서 즉석 판매된 1만3000원짜리 '문 대통령 스토리북'은 현장에서 모두 팔렸다. 하준호 기자

문팬 번개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직장인 김모(29·여)씨는 “같은 20대로서 급작스러운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당혹했을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이전 한반도 정세를 고려했을 때 급박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정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팬 서울지역 대표인 A(40)씨는 “암호화폐 관련 부처 간 혼선 논란도 그 자체로 문재인 정부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정치인이나 공무원끼리만 의논해 결정하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각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민주주의 차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극렬한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김모(48)씨는 “기성 언론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듯 우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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