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신서유기’는 실패작이라고 말한 3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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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tvN '신서유기 시즌 4' 포스터]

[중앙포토, tvN '신서유기 시즌 4' 포스터]

시즌 1부터 4까지 제작되고 외전 ‘강식당’은 9%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 대해 나영석 PD가 “결과만 놓고 보면 싹 다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이렇게 혹독한 평가를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 PD는 23일 서울 홍릉 콘텐트인재캠퍼스에서 진행된 ‘2018 콘텐트 인사이트’에서 “인터넷 콘텐트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려 한 게 ‘신서유기’의 첫 번째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모바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은 유튜브에서 더 짧고 많은 방송을 본다”며 “이러다 방송국이 망할 것 같았고, 미래에 직장이 없어지면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신서유기시즌 1’은 오로지 인터넷 전용으로만 방송됐다. 방송에서는 묵음 처리해야 하는 상표명으로 게임을 하는 등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다.

[사진 tvN '신서유기 시즌 2']

[사진 tvN '신서유기 시즌 2']

그러나 나 PD는 “방송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고, 가격이 어느 정도라는 나름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아직 정립도 안 돼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격도 쌌다”고 말했다. 수익이 방송과 비교하면 너무 좋지 않았다고 나 PD는 전했다. 결국 시즌2는 방송과 인터넷으로 함께 내보냈고, 시즌3부터는 방송으로만 볼 수 있게 됐다.

나 PD는 ‘신서유기’가 실패한 두 번째 이유로 중국시장을 꼽았다.

[사진 CJ E&M]

[사진 CJ E&M]

그는 “신서유기는 이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 고전인 서유기를 예능 제목으로 사용하면 외국 방송이어도 친근하게 느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에서 공개된 후 3000만~4000만 클릭 수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500만~600만 클릭이 나온 것보다 훨씬 많았다.

나 PD는 “성공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중국으로 스카우트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그 정도 클릭은 중국에서는 많은 게 아니더라. 인구가 우리의 20배 정도이니, 클릭 수는 1억 정도는 나와야 성공했다고 한다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나 PD는 ‘신서유기’를 특정 계층의 지지를 받는 콘텐트라고 설명했다. 대신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tvN '신서유기 시즌 4']

[사진 tvN '신서유기 시즌 4']

그는 “‘1박 2일’은 국민 콘텐트로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다면, 신서유기는 B급 감성으로 젊은이들을 겨냥한다”며 “그런데 이 B급 감성이 애매한 데서 터진다. 시청률은 안 나오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청률이 높거나, 특정 계층의 지지를 받는 것인데 ‘신서유기’는 후자였다”라며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 얻어걸렸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서유기’는 성공보다 실패한 콘텐트지만 특유의 개성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런 중에 ‘강식당’이 잘되면서 저변 넓어진 프로가 됐다”며 “앞으로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잘 흘러갈 콘텐트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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