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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너무 쉽게 파업 한꺼번에 다 얻을 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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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상수(사진) 노동부 장관이 자신의 노사관을 밝혔다.

이 장관은 14일 언론사 사회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법을 어기면서 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앞으로 노조가 법을 준수하면 노사 간 자율교섭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하겠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당시 이 장관은 "노사정 간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었다. 대화의 틀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두 차례나 방문한 것도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전임 김대환 장관 때보다 정부가 노사관계에 더 많이 개입하고, 노동계에 편향된 정책을 펴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발생한 철도파업은 이 장관의 노사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이 장관이 노동정책의 중심을 중립으로 맞춰가는 것 같고, 철도노조의 파업 대처 경험이 그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노동계가 너무 쉽게 파업이란 수단을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걸 한꺼번에 다 얻을 수는 없다"면서 "어제까지 앰뷸런스 운전사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머리띠 두르고 원장한테 단체교섭하자고 나서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겠느냐"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장관은 "산업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필요한 업무가 있다"며 "시간이 가면 비정규직이 고유의 직업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자체가 평생직업의 한 형태이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노동계의 요구는 무리라는 말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은 이 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억지를 쓰거나 구호성 문제 제기를 할 때는 귀 기울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설했다. 노조와 대화는 하되 일정한 선은 긋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비정규직의 발생원인이 기업의 극단적인 이윤추구 때문에 생기는데도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시장에 노동정책을 맡기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이 장관에게 기대할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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