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허무는 발상과 과감한 시도로 미세먼지 잡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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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02면

사설

추위가 가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오염은 국민의 최대 걱정거리다. 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허파 깊숙이 들어와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졸중을 유발한다.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비율이 1.1% 증가한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다.

지난주 서울시는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에 따라 사흘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대책의 허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는 시·도 간 경계 구분이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 한 곳만의 대책으론 풀 수 없다. 경기도의 디젤 버스가 서울 시내를 매일 쌩쌩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지역만의 대중교통 무료는 서울시민만을 위한 하루 50억원짜리 선심성 대책에 불과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뒤늦게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19일 ‘제1차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늦었지만 환경부는 예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자체들은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에만 적용되고 있는 ‘차량 2부제’도 민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는 공동의 문제인 만큼 참여 대상을 넓히자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역시 오염이 심한 날 민간 차량들까지 2부제에 반드시 참여하게 한다. 수도권의 노력만으로도 안 된다. 충남지역의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비상저감 대책 발령 때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는 초국경의 문제다.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편서풍의 영향 등을 냉정하게 따져볼 때 우리의 미세먼저 피해는 중국의 대기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중국도 최근 들어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오염 수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시간이 걸린다. 이웃 국가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비난한다면 일시적인 화풀이나 스트레스 해소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문제가 근본적으로 풀리지는 않는다. 국가 간 논의에선 1960~70년대 북유럽 국가에 내리는 산성비의 원인이 됐던 영국 등의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이 27년간 머리를 맞대 공동으로 해결하려 한 사례(CLRTAP)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거쳐간 트랙을 따라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공동 모니터링’을 실시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두 나라가 각자 이행해야 할 사항 등을 정해 단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시작했다. 앞으로 인내심을 필요로 하겠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융합적 발상이 절실하다.

미세먼지는 수소차 같은 친환경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계기여야 한다. 최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세워진 높이 100m짜리 공기정화탑(스모그 정화 타워)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에 있지 않다. 공기정화탑이 하늘에 떠다니는 공기를 실제로 정화하는 효과는 부분적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란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우리 역시 중국 탓을 하고, 지자체끼리 싸움을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선보인 수소전기차도 관심을 둘 만한 청정기술이다. 1㎞를 달리면서 외부 공기를 청정 공기로 변화시켜 디젤차 두 대분의 미세먼지를 정화한다고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신기술이 시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규제적 환경을 치워주는 것이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부와 민간이 창의적이고 융합적 발상까지 동원해 해결하려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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