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대통령후보 탄생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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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두 혼선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보호무역 정책을 지명전 주무기로 휘두르던 「리처드·게파트」하원의원이 28일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쟁에서 정식 사퇴했다.
백악관에 대한 꿈은 포기하고 하원 3선을 위해 고향 미주리로 돌아갔다.
「게파트」의원은 지난 26일의 미시간주 당원대회에 지명전의 마지막 운명을 걸었다.
미 자동차 산업의 본거지인 이곳에서는 자동차 산업분야의 종사자들, 특히 근로자들에게 그의 선동적 보호무역 주장들이 크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사실상 바닥난 선거자금을 긁어모아 50여만 달러를 이곳에 쏟아붇는 등 혼신의 마지막 베팅을 걸었다.
그는 수주일간의 미시간주 선거운동 기간 중 『현대차 값이 4만8천달러라면 몇대나 팔릴수 있겠느냐』는 그의 전가구호를 지치지 않고 되풀이했다.
그의 선거본부에서는「미시간의 기적」을 장담하고 이를 발판으로 기울어져 가는 그의 운동에 다시 불을 댕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파트」측은 미시간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미시간의 패배를 끝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되는 전략상의 범실을 저질렀다.
더구나 그는「제시·잭슨」흑인 목사의 55%, 「마이클·듀커키스」매사추세츠 주지사의 28%에 너무나 뒤진 13%의 득표율에 그쳐 더이상 얼굴을 들 수 없는 참패를 겪었다.
이로써 그는 대통령 선거전의 첫 시험대인 아이오와주에서 1위를 차지한 이래 계속 하위권을 맴돌아 온 약세를 만회할 최종 찬스마저 잃은 것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잭슨」목사는 이번 미시간 선거를 계기로 이제 당당한 후보 도전자로 부상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선두주자 「듀커키스」를 두배에 가까운 지지율로 크게 제압했을 뿐 아니라 규모가 큰 주에서 1위를 차지한 첫번째 혹인 후보라는 역사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설마 「잭슨」이 전당대회에서 최다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해온 민주당지도부에서도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민주당에 2명의 선두주자가 달린다고 표현하고 있다.
흑인후보의 강세는 민주당을 당혹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가 6월 중순까지의 예비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다면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그를 따돌릴 수 있겠는가』『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그를 정식후보로 지명하겠는가』가 이들의 고민이다.
뉴욕타임스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종국적으로는 그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잭슨」의 강세가 「듀커키스」를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미 「게파트」가 나가 떨어졌지만 다른 「듀커키스」경쟁자들을 제거시킬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듀커키스」 자신의 타격도 심각하다.
선두주자로서의 허약성이 노출된 것이다.
확보 대의원수가 「듀커키스」6백3명, 「잭슨」5백97명으로 이제 더 이상 「듀커키스」의 확실한 우세는 사라졌다.
선거전부터 나돌던 「마리오·쿠오모」뉴욕 주지사의 도중 등장 내지 징용 출마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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