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52)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늘 중 결정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특가법상 뇌물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기로 MB정부 청와대 관계자 #김백준은 ‘MB 집사’ 대소사 챙겨 #김진모는 ‘민간인 사찰 입막음’ 의혹 #이명박 대통령 연결 고리 주목
서울중앙지법 오민석·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각각 이들 두 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중이다. 이들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윗선(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느냐’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민간인 사찰 폭로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사용했나’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자금 200만 달러(약 21억원)를 미국 계좌로 빼돌린 사실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던 중 국정원 특활비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불법적으로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 지난 12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3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총무기획관이자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개인사 등 대소사를 책임지는 집사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문고리 3인방과 유사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실제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과 비슷한 구조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박 전 대통령을 넘어 이 전 대통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모 전 비서관 또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김 전 비서관의 경우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돈 5000만원을 활용해 민간인 사찰 폭로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2012년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특히 5000만원이 관봉(도장이 찍힌 채 가로·세로 띠지로 봉인된 돈다발) 형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당시 이 돈의 출처가 청와대·국정원 등 정부 기관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이 받은 5000만원의 출처가 국정원 특활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장 전 주무관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과 검찰 수사를 종합해 볼 때 이 5000만원은 ‘국정원→김진모 전 비서관→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장진수 전 주무관’의 흐름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김진모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라 수사 결과가 ‘민간인 사찰 폭로 입막음’에 대한 재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지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의 인사 좌천으로 옷을 벗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