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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내 가전사 포기한 시장에 뛰어든 해외 소형가전 명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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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다이슨 브랜드관. 외국 가전제품으로 독립 브랜드관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다이슨 브랜드관. 외국 가전제품으로 독립 브랜드관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사진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본사가 있는 서울 대치점 지하 1층 가전매장은 올해 초부터 한가운데 36㎡(약 11평)을 막고 공사 중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명품 헤어드라이어ㆍ무선 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다이슨을 위한 독립 브랜드관이 들어설 자리다. 지난해 다이슨 가전제품의 매출이 급상승하자, 그간 종류별로 흩어져 있던 다이슨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 집중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롯데하이마트의 다이슨 전용 브랜드 관은 현재 전체 전국 460개 매장 중 8개에 불과하지만, 올해 안으로 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다이슨은 하이마트 독립브랜드관 가질 정도로 세 키워 #일본 야만도 15일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야만 스칼프’ 출시 #"국내 중소형 가전사들 자본력 부족으로 연구개발 어려워"

해외 유명 프리미엄 가전업체들이 삼성전자ㆍLG전자와 같은 대형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포기하거나 힘을 빼고 있는 소형가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들 업체의 프리미엄급 신제품에 한국 소비자들이 호응한 덕분이다.

다이슨이 대표적이다. 다이슨은 지난해 한국 청소기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기업이다. 손잡이에 모터가 달린 60만~90만원대 안팎의 상 중심 스틱형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를 한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지난해 뒤늦게 다이슨 제품과 똑 닮은 상 중심 프리미엄 무선청소기를 내놓고 추격전을 벌이고 있으나, LG전자가 소송전에 휘말리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같은 원리를 채택한 5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다이슨 제품 매출은 2016년 전년 대비 160%, 지난해에는 220% 급신장했다. 이 같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에 영국 다이슨 본사는 지난해 말 한국법인 ‘다이슨 코리아’까지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 판매율 1위 미용기기 제조업체 야만도 15일 두피 에이징 드라이어 ‘야만 스칼프’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야만 스칼프는 일본 최대 온라인 종합몰 라쿠텐에서 드라이어기 판매 부문 1위에 오른 제품으로, 소비자가격이 25만원대인 준프리미엄 제품이다. 섭씨 60도의 저온풍과 원적외선, 음이온 기능을 통해 머릿결 손상을 최소화하는‘저온 드라이 모드’와 42도의 원적외풍에 분당 약 3700회의 온열 진동이 두피를 부드럽게 해 주면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스칼프 H모드’같은 고급 기능을 담았다. 반면 유닉스 등 국내 소형 가전사들의 헤어드라이어는 대부분 기능도 단순하고 가격도 10만원 미만대다.

야만 관계자는 “야만 스칼프는 단순한 헤어드라이어를 넘어 두피관리와 노화 예방(anti-aging)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리미와 커피메이커ㆍ전기포트 등의 기타 소형 가전제품군은 대부분 네덜란드 필립스와 프랑스 테팔 등 차지하고 있어, 매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신일산업ㆍ한일전기와 같은 기존 국내 전통 소형 가전사들은 소형가전을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뚫기보다는 가습기ㆍ난방기ㆍ선풍기 등 기존 제품군 중심의 중저가 모델에 치중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양동철 부장은 “한국 기업이 강할 수밖에 없는 전기압력밥솥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형 가전제품들에 대한 외국 유명 브랜드 의존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 대형 가전업체들의 외면 속에 자본력이 약한 국내 중소 가전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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