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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우주·첩보·사이버군 통합, 시진핑의 게임체인저 SS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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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해 벽두부터 중국군 움직임이 부산하다. 지난 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바오딩(保定)의 중부 전구 훈련장에서 열린 ‘2018 군사훈련동원대회’에 전투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시 주석의 명령에 전군 4000여 곳 육·해·공·로켓군과 무장경찰이 일사불란하게 실전 기동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에 시진핑 국방 개혁의 게임체인저 격인 전략지원부대(Strategic Support Force, 이하 SSF)는 노출되지 않았다.

창설 2년 맞은 전략지원부대

9일 오전 11시24분에는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청(長征) 2호가 올 처음 우주로 향했다. 여기엔 지상 0.5m 구간의 동작까지 감지할 수 있는 초정밀 관측 위성 가오징(高景) 1호 03·04 위성이 탑재됐다. 중국항천과기집단(CASIC)은 올해 창청 로켓을 35차례 발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18회의 약 두 배다. 타이위안 발사센터는 SSF 산하 우주부대의 군단급 조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군 신경망 장악 … 통제력 탄탄해져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방위군에 사이버·첩보·전자 전력을 통합한 SSF가 창설된 지 2년이 흘렀다.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미국 군사전문가 빌 거츠는 최근 홍콩 아시아타임스에 “SSF는 우주·첩보·사이버 기구를 통합한 새로운 군종(軍種)이지만 자세한 구조와 임무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말 전시와 평시를 동일시하는 화전일체(和戰一體) 개념에 입각한 군 개혁을 단행했다. 기존의 7대 군구를 5대 전구로 개편했고, 전략 핵·미사일 전력인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개조했다. 여기에 현대화·정보화·합동화에 초점을 맞춰 SSF를 창설했다. SSF는 정찰-공격-방어를 일체화하는 군사 교리를 따랐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새로운 정세에 따른 군사전략방침을 실행하고, 강하고 현대화된 육·해·공·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를 건설해 강력하고 고효율의 합동작전 지휘기구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SSF는 재래식 무기와 핵전력에서 미군에 뒤지는 중국군이 금세기 중엽 미군을 추월할 비대칭 첨단 전력을 갖출 주력부대다.

전군에 ‘정보 우산’ 제공이 주임무

현직 가오진(高津·59) 전략지원군 초대사령원은 “SSF는 전군에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지원과 전략 지원을 보장해야한다”며 “전군에 체계적인 ‘정보 우산’ 제공이 주임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핵우산을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보 분야로 발전시킨 ‘정보 우산’ 개념을 도입했다. 위성·사이버·정보·전자 자원을 통합해 정보 자산을 전군에 제공하는 것이 주 임무다. 과거 4대 총부, 7대 군구, 육·해·공·제2포병이 각각 운용하던 정보 역량을 SSF로 통합해 중앙군사위 직속으로 배치했다.

정보 자산을 통합한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주석의 군 장악을 돕기 위해서다. 시 주석은 SSF를 통해 전군의 신경망을 장악함으로써 군 통제력도 확고해졌다.

‘정보 우산’ 구축을 위한 SSF의 핵심 역량은 우주부문이다. 총장비부로부터 이관했다. 서구의 GPS에 대항한 네비게이션 시스템 베이더우(北斗) 위성도 SSF가 관할한다. 위성 통신, 탄도 전략미사일 탐지도 우주군이 관리한다.

스타워즈 능력도 강화했다. 위성 타격용 미사일, 공유 궤도(co-orbit) 시스템, 지상 기반 에너지(레이저) 무기를 갖췄다고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2017년 연례보고서에서 경고했다. 위성 통신 플랫폼을 본격 활용하면서 육·해·공·로켓군 내부에 머물던 연합작전이 2016년부터 지역과 군종을 넘어 전역 급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린잉위(林穎佑) 대만 중정(中正)대 교수가 지난해 말 논문을 통해 밝혔다.

SSF는 정보 통합에도 주력했다. 중국은 국가안전부·군·공안부 안전보위국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운용해왔다. 대외 정보는 총참모부 2부가 주도했다. SSF를 창설하면서 총참모부 2부와 총정치부 산하 군단급 기구인 연락부, 총참모부 산하의 IT 정보수집 부분이 이관됐다.

대만 자유시보는 “한국·북한·대만·일본 정보 업무를 맡던 기존 총정치부 연락부가 해체되면서 중앙대외연락부와 SSF로 옮긴 정보 요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이 모두 퇴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총참모부 산하에서 감청·암호해독·위성사진 판독을 담당한 기술정찰부도 SSF로 이관됐다. 해외 정보 업무도 정예화된 셈이다.

SSF 통해 중국군 살상력 일취월장

린잉위 교수는 기존 총정치부 연락부의 원래 명칭은 대적(對敵)공작부로 역정보, 모반, 여론·심리·법률전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SSF는 이들 군 정보기구를 통합해 미국 국방정보국(DIA)과 러시아 정보총국(GRU)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SSF의 사이버전 역량 발전도 괄목할 만 하다.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SSF는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을 미래 발전의 추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사이버 전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자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산하의 54연구소와 38연구소 등이 사이버전 첨단 기술 연구 전담 조직이다. 해커부대 요원이 지능형 지속공격(Advanced Persistent Threat)을 통해 각종 개인 신상 자료를 절취하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SSF의 비약적 발전에 미국은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제임스 파넬 미 태평양함대 전 정보참모실 차장은 “SSF는 인민해방군의 방어와 공격의 비활동적 요구를 그림자처럼 지원하고 있다”며 “첨단 레이더, 초정밀 위성, 사이버 부대의 통합 등 새로운 SSF를 기반으로 인민해방군의 전투 역량과 살상력이 하루가 달리 일취월장 중”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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