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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전역 병사에 도장·반지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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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역하는 병사에게 손수 만든 나무 도장과 반지를 선물하고 있는 김만수 원사(왼쪽). [사진 육군]

전역하는 병사에게 손수 만든 나무 도장과 반지를 선물하고 있는 김만수 원사(왼쪽). [사진 육군]

중서부 전선 최전방 육군 28사단 GOP(일반전초) 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상훈(22) 예비역 병장은 지난해 11월 전역 전날 저녁 점호 때 부대 행정보급관인 김만수(50) 원사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상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도장과 반지였다. 김 원사가 손수 나무로 깎은 것들이었다.

육군 28사단 GOP 대대 김만수 원사

이 병장은 전역 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 반지를 어머니 손가락에 끼워드렸다. 이를 사진으로 찍어 “GOP 대대에서도 자랑스럽게 생활했던 것처럼 사회에서도 열심히 살겠다”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김 원사의 휴대전화로 보냈다.

이처럼 김 원사는 2011년부터 전역하는 병사들에게 도장을 손수 깎아 선물하고 있다. 김 원사는 “최전방 부대에서 자랑스럽게 군 복무를 마친 병사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려고 고민한 끝에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도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장이 자기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증명하는 수단인 만큼, 사회에 나가서도 자기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모범적인 군 생활을 마친 병사에게는 도장과 함께 나무 반지를 준다. 도장은 보통 사흘이면 만들 수 있지만, 반지는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김 원사는 전역하는 병사에게 반지를 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반지를 전해주고 잘 지켜나가기 바란다”거나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께 꼭 효도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김 원사의 도장과 반지는 GOP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최전방 수호병’만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그가 깎은 도장은 110여 개, 반지는 90여 개다. 재료비는 1000원 안팎이지만 값어치는 따지기 힘들 정도로 소중하다고 한다.

김 원사는 따로 조각을 배운 적은 없다. 타고난 손재주와 수십 년 다져진 실력이 전부다. 그는 “이제는 눈이 침침해져 돋보기 없이는 작업하기 힘들다”면서도 “선물을 받은 병사들이 기뻐할 생각을 하면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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