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뇌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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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암은 진단 이후에도 수년 이상 생존이 가능해 여생을 정리할 수 있음은 물론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제외한 기간엔 가벼운 일상생활도 가능합니다. 치매는 겉보기에 잔인하지만 환자가 제정신이 아니므로 가족 등 보호자는 오히려 마음이 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졸중은 벼락 치듯 찾아오므로 여생을 정리할 준비가 여의치 않은 데다가 의식은 멀쩡한데 사지는 물론 혀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비극적 상태에서 수년 이상 자리에 누워 지내야 합니다. 가족들은 마음 편하게 여행 한번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할 뿐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능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욕창도 문제입니다. 인체는 마비 상태에서 피부가 2시간만 바닥에 눌려도 살이 썩는 욕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 중환자실이나 골방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므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서일 뿐 뇌졸중은 정말 잔인한 병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4만여 명이 뇌졸중으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암에 이어 사망원인 제2위 질환입니다.

문제는 뇌졸중이 요즘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뇌졸중은 추운 겨울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봄이 시작되는 3월에 가장 발생률이 높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해석합니다.

첫째, 초봄 특유의 일교차입니다. 낮에 따뜻하므로 방심하다가 아침이나 저녁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갑니다.

둘째, 입학과 취업.이사 등 집안의 대소사가 3월에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지수로 따진다면 연중 3월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고혈압입니다. 따라서 평소 혈압이 높은 분들은 바로 지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혈압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해야함은 물론 새벽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시 옷차림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울러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합니다. 힘든 과제들을 강박적으로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 혈압이 높은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과 여유입니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잠에서 깨는 경칩 이후가 바로 뇌졸중 주의기간임을 강조합니다.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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