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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에 이어 ‘개콘’ ‘웃찾사’도 ‘상품권 페이’? …드러나는 방송계 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개그콘서트. [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KBS 개그콘서트. [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방송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방송사 일부가 프리랜서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관행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공중파 방송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의 ‘바람잡이’ 개그맨들에게도 출연료로 상품권이 지급됐다고 한겨레21이 12일 보도했다.

공개 녹화 코미디 프로그램은 방송 특성상 현장 분위기가 프로그램 완성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프로그램 시작 전과 중간에 이른바 ‘바람잡이’라고 불리는 사전·중간 진행자를 둔다. 업계에선 이들을 ‘앞바람’과 ‘중간바람’이라고 부른다.

한겨레21에 따르면 KBS와 S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지난해 5월 종영)’의 ‘바람잡이’ 개그맨들에게 출연료로 현금이 아닌 ‘상품권’이 지급됐다.

KBS의 공채 개그맨 A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바람잡이는 보통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처음 출연료를 상품권으로 받았을 때 부정적인 생각은 안 들었다. 어차피 해야 할 거, 가서 도와드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C딩동 같은 전문적인 사전 MC는 (제대로) 페이(임금)를 받는 것으로 아는데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의 경우 도와준다는 의미로 상품권을 지급 받는다. 인센티브라고 생각하고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KBS 개그맨들은 연출 PD의 ‘암묵적’ 지시(또는 제안)에 따라 순번을 정해 공개 녹화 프로그램에서 방청객들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이른바 바람을 잡는) 역할을 했다. ‘앞바람’의 경우 10만원 상품권 3장, ‘중간바람’은 1장을 받았다고 한다.

‘웃찾사’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했던 한 공채 출신 개그맨도 “선배들이 앞바람을 잡고, 후배들이 중간 바람을 잡는 게 관행이었다. 앞바람은 10만원 상품권 2장, 중간 바람은 1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람잡이를 누가할지는 연출 PD 등이 정했다.

한겨레21은 “KBS와 SBS 등 공중파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한 개그맨들은 200만~300만원 안팎의 계약금을 받고, 이후 6개월 동안 교통비와 식대 조로 40만~50만원을 받는다”라며 “이 기간엔 철저히 방송사에 매인 ‘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나마 외주제작사 스태프들은 방송국과 프로그램을 옮길 수 있지만, 스타가 아닌 개그맨은 방송사들이 제시하는 여러 불합리한 관행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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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르면 임금은 반드시 ‘통화로, 직접, 전액,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KBS는 방송에 출연한 일부 개그맨들에게 출연료로 상품권을 지급한 사실이 있냐는 한겨레21의 질문에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SBS 동상이몽 시즌1.[사진 SBS 홈페이지 캡처]

SBS 동상이몽 시즌1.[사진 SBS 홈페이지 캡처]

앞서 한겨레 21일은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촬영 감독으로 일했던 스태프가 SBS로부터 6개월 치 체불 임금 900만원을 프로그램 종료 4개월 뒤에 백화점 상품권으로 정산받았다고 보도했다. 동상이몽은 현재 시즌2가 방송 중이며 해당 감독이 일한 것은 시즌1을 제작하던 때였다. 이 사실이 공개된 직후 SBS는 “상품권 지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라며 “불합리한 점은 즉각 시정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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