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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조 실적 삼성전자, 5일째 주가 하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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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전자에 대해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연일 뒷걸음질 치고 있는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53조6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음에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12일 삼성전자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이후 7.5% 하락한 241만원에 장을 마쳤다.

TV, 휴대폰, 반도체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추격 거세 #올 스마트폰 점유율 2011년후 처음으로 20%이하 예상 #원달러 환율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 2000억 원 줄어

 표면적인 주가 약세 이유는 기대치를 밑돈 실적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4분기 영업이익(15조1000억원)은 시장 전망치인 15조89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화 가치가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00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33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내리면서 “우호적이지 못한 환율이 계속되면서 실적이 둔화한 게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ㆍ스마트폰ㆍTV 등의 분야에서 미국ㆍ중국ㆍ일본의 반격이 거세지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12일 시장 조사회사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15억3000만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 줄어든 3억1000만대로 예상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역시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4% 줄어든 3억1500만대로 예상하며 시장 점유율이 19.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화돼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0% 아래로 내려가면 이는 2011년(19.9%) 이후 처음이다.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18'에서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선보인 화웨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버라이즌 등과 스마트폰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SE2’를 50만원 이하 가격대로 출시해 인도ㆍ동남아 등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수익을 내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갤럭시JㆍA로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고, 애플이 중저가 시장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이게 됐다.

 11년째 세계 1위를 지켜온 TV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계속 줄고 있다. 2014년 5300만대에 이르렀던 삼성전자 TV 판매량은 지난해 4300만대로 줄었다. 올해에는 4100만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아지면서 저가 부품을 장착한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전통의 TV 명가인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올해 CES 2018에서는 일본ㆍ중국의 거센 추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소니는 세계 최고급인 1만 니트에 달하는 8K LCD TV를 공개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국의 TCL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QLED TV를 내놓으며 삼성전자 추격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 역시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반도체 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선언한 중국이 올해 말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변수다. 공급 확대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조사 회사 가트너의 앤드루 노드 부사장은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충하면서 낸드플래시는 올해, D램은 내년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브로드컴이 퀄컴과 NXP 합병을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위에서) 내년 3위로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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