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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없다" 북미 대화 모드로 확바뀐 트럼프, 文설득 통했나

중앙일보

입력

강경한 대북 기조를 유지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형성된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해 "100%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중앙포토]

강경한 대북 기조를 유지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형성된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해 "100%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중앙포토]

“북한과 전쟁은 없다.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할것이다.” (10일 백악관 기자회견)

“나도 핵 버튼이 있고 김정은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하다. 그리고 내 핵 버튼은 작동도 한다.” (2일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대북 발언을 확 바꿨다. 발언 수위만 보면 대북 태도의 중대한 반전이란 평가까지 나왔다(ABC방송).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문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점, 올바른 환경에서 미국도 북한과 대화를 하는 데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때만 해도 북
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과 전쟁 예상 안 해…오랜 기간 평화 계속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 통화 3시간 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강도가 세졌다.
“남북 대화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성공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남북 대화가 어디로 연결될지 누가 알겠느냐. 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3시간 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기자회견에선 “우리는 확실히 북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지금 좋은 대화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좋은 기운(energy)도 많이 볼 수 있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대단히 훌륭한 회담을 했고, 회담과 관련해 몇 가지 매우 좋은 정보를 들었다”며 “그래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전쟁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없다(No).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우리는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며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하도록 만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전쟁은 없다. 힘을 통화 평화 정책으로 오랜 기간 평화가 계속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전쟁은 없다. 힘을 통화 평화 정책으로 오랜 기간 평화가 계속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

CNN "트럼프, 로켓맨에 대화준비 신호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이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가장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내자 미국 언론들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란 분석을 내놨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핵전쟁도 불사할 것 같던 레토릭의 전환을 꾀하면서 ‘리틀 로켓맨’에게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줬다”고 해석했다.
ABC방송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아시아 불량국가와 외교적 협상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도 전했다.
미 정치전문지 더 힐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위해 예열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비핵화 양보못해, 최대한 압박 지속" 설득 주효 

트럼프의 반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4일과 10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겠다”는 설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임을 분명히 하고 “남북 대화를 하더라도 최대한 압박 정책은 지속한다”고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문 대통령은 미국과 연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제재ㆍ압박이 대화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외교소식통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미국의 입장이 대화로 큰 흐름이 바뀐 건 분명하다”면서도 “서두르기보다는 올림픽까지 남북 대화를 지켜보면서 북한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할지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은 11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잇따라 만나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할 구체적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트럼프 남북 대화 공은 챙기고, 북미 대화 설득 넘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 대화 성사와 평창 올림픽 성공이란 공로는 챙기면서 북한의 대한 설득여부는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언들도 수사일 뿐 북미 대화 성사의 핵심은 ‘적절한 시간과 올바른 조건’에 있다는 뜻이다. 미 정부 관리들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먼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회담에 응하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최대 국제행사인 평창올림픽을 위해 한 수 접어준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호전적 발언으로 위태롭게 하는 건 핵심 동맹과 소원해질 뿐 아니라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일이기 때문 ”이라면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리 카자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소장은 트위터에 “극도로 혼란스럽다”며 “우리 미국은 북한과 대화의 길로 가는 건가, 전쟁의 길로 가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 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입증하기 전에는 워싱턴과 대화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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