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년회견] “UAE 비공개 협정 흠결 있다면 시간 두고 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으로 빚어졌던 의혹에 관해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내용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앞으로 시간을 두고 수정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편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며 “국민의 안전·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국민이 모르는 이전 협정이 있었는지, 어제 만남에서 협정 수정을 했는지, 수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비밀군사협정을 맺었다며 협약 내용 중 UAE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에 대해 “그렇게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전날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접견하고 관계발전 방안을 확인했다. UAE 측은 또 올해 말로 예상되는 바라카 원전 완공 이전에 문 대통령이 방문해줄 것을 희망해 이를 협의하기로 했고,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이른 시일 내 방한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심각한 표정의 문 대통령은 “UAE와 우리나라 간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까지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가 체결됐다”며 “그러나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됐던 군사 협정 뿐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여러 건의 협정에 대해서는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때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상대국인 UAE 측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의 정부에서 양국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MOU 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문 대통령은 “다만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