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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선권 8년 만의 변신, 버럭 다혈질→농담·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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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선권 '버럭'에서 '여유만만'으로…농담에 깜짝 제안도 "오후에도 잘 될 겁니다"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 오전 일정을 끝낸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이선권 위원장은 9일 오전 10시부터 11시5분까지 전체회의, 11시30분부터 12시20분까지 수석대표 접촉을 마치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통일각으로 돌아가 점심 식사를 했다. 이선권은 남측 기자들에게 “오후에 잘 될 겁니다”라고 말하고 도보로 MDL을 넘었다.

北 수석대표 이선권, 기자들 앞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오전 전체회의 후 수석대표 접촉 종료…오후 회담 속개 #남측 "진지하고 성실하게 논의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오찬은 남북 따로…북한 대표단은 북측으로 넘어가 식사

'버럭' 다혈질에서 '여유만만' 미소로...북한 수석대표 이선권의 2010년과 2018년 변화

지난 2010년 남북군사 실무회담 북측 대표로 나왔던 이선권. 천안함 폭침이 의제였던 이 회의에서 이선권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때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중앙포토]

지난 2010년 남북군사 실무회담 북측 대표로 나왔던 이선권. 천안함 폭침이 의제였던 이 회의에서 이선권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때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중앙포토]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온 이선권. 지난 2010~2011년 군사회담 때와는 달리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온 이선권. 지난 2010~2011년 군사회담 때와는 달리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권은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남측을 상대로 농담을 하고 미소를 짓는 여유도 보였다. 지난 2011년 남북 군사회담에서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묻는 남측 대표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던 다혈질 모습과는 딴판이다.
군복 대신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의 이선권은 회담장 입장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자들이 있는 것을 의식해 회담장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나란히 걸어들어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어 별명이 ‘돌부처’인 조 장관도 옅은 미소를 보였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이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이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권은 회담 테이블에 착석한 뒤에도 의자에 뒤로 기대앉으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목소리도 우렁찼다. 조명균 장관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라는 남측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남측 대표단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의정부 중앙초등학교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며 경기도 대회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경력이 있다. 이선권은 이를 두고 “(조명균) 장관 선생이 평창 올림픽부터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 시절에 스케이트 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조 장관이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는 말을 꺼내자 이선권은 소리를 내어 웃으며 화답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선권이 2000년 6ㆍ15 남북 공동선언 즈음 태어난 조카를 언급하며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을 꺼내자 조 장관도 미소를 지었다.

이선권은 또 “회담을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떻겠냐”며 회담을 공개로 진행하자는 깜짝 제안도 했다. 조 장관이 “모처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은만큼 통상 관례대로 비공개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분들과 함께 공개회의를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그러자 이선권은 마지못한 듯 “민심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여유만만 이선권은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마치며 기자들이 악수 포즈를 다시 요청하자 “기자선생들에게 잘 보여야 합니다”라는 농담도 했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동시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동시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양측은 첫번째 전체회의 후 각측이 초안을 잡은 공동보도문을 상호교환하는 등 속도를 냈다. 남측 대표단의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오전 회의 분위기에 대해 “남북 관계가 동결된 상황이 지속됐지만 평창을 계기로 남북간 관계 복원의 좋은 계기로 삼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진지하고 성실하게 논의에 임했다”고 전했다.
남북 양측은 수석대표 접촉 후 오찬은 따로 했다. 남측은 평화의집에 남아 오찬을 했고, 북한 대표단은 북측으로 넘어가 통일각에서 식사를 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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