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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과학자 김성호박사가 규명한 『3차원적 입체구조』|암세포 증식 베일벗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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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암을 일으키는 발암단백질의 3차원적 입체구조가 세계최초로 재미 김성호박사(50·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화학과교수)에 의해 밝혀져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박사는 X선결정분석기를 이용해 세포성 암 유전자의 일종인 ras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입체적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암세포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거나 분열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김박사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과학전문지『사이언스』최근호의 표지기사로 발표되었는데 이번 연구에는 일본 암 연구소의「스스무·니시무라」, 북해도대의 「에이코·오츠카」교수와의 협력연구로 이루어졌다.
암의 분자 생물학적 연구는 82년 미국 MIT대의 「와인버그」 교수 등에 의해 인체방광암세포주의 형질전환이 세포성 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장을 맞이하였으나 그 입체적 구조가 밝혀지지 않아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연구에 큰 진전이 없었던 것인데 김박사의 이번 연구로 많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상상태에서의 단백질들은 세포를 자라게도 하고 또 단시간 내에 성장을 중지시키기도 하는 이른바 「온-오프」 신호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신호는 단백질의 배열순서가 약간 틀려지면서 단백질들이 세포분열을 시키기는 하되 정지시키는 신호는 갖고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호체계, 즉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것이 ras라는 단백질의 기능으로 이번에 그 구조가 밝혀짐으로써 잘못된 신호전달체계로부터 발생하는 암세포의 무한증식기전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학자의 연구에서 대장암의 ras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12번과61번째 단백질에 고장이 생기면 이 같은 암화가 이루어지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인데 3차원적 구조의 해명으로 입체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암단백질과 상보적구조를 가진 신약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장암의 경우 4O%정도에서만 이 단백질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는 등 모든 인체암의 발생이 이 단백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방암·방광암·폐암 등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암의 발생과 관계가 깊은 것은 확실하다.
서울대의대 서정선교수(생화학)는 『김박사의 연구는 그동안 알려져 온 ras 단백질의 기능을 구조적 측면에서 명확히 밝힌 것으로 분자생물학분야에 큰 충격을 준 쾌거』 라고 평가했다.
경북출신으로 서울대화학과를 졸업, 미MIT대와 듀크대 교수를 거쳐 78년 현재의 대학으로 옮긴 김박사는 그동안 유전암호의 번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RNA (트랜스퍼 리보핵산) 의 구조와 발암물질이나 자외선에 손상된 DNA의 3차원적 구조를 밝힌바 있으며 기적의 감미료로 불리는 토마틴의 단백질구조를 밝혀내기도 한 세계적인 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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