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하라 조르더니 이제와서 버리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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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북이 최고 탈락률 기록>
○…민정당 현역위원장의 공천탈락률이 가장 높은 곳은 노태우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지역.
이 지역은 현역의원 10명 가운데 지구당위원장을 내놓은 채문식 대표위원을 포함, 박경석 염길정 권정달 김종기 박권흠 의원이 탈락해 60% 교체율을 기록.
이런 사정때문에 채대표위원은 『탈락하는 사람이 왜 그만두어야하느냐는 점에 스스로 회의가 생겨 어젯밤 폭음을 했다』면서 『지난번 지구당위원장을 그만둘때 정계를 떠날 결심을 했었는데 이제 내 신상의 결단을 내려야할 단계까지 왔다』고 후유증을 걱정.
채대표위원은 권정달 의원 문제에 대해 『16일에는 공천작업장에 한번도 들르지 않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고 있으니 묻지 말아달라』면서 신문을 들척이며 혼잣말로 『너무 빨리 나왔다』고만 흘려 탈락을 간접적으로 확인.

<채대표에 탈락이유 추궁>
○…민정당의 공천탈락 의원들은 채문식 대표위원집을 찾아가 탈락이유를 추궁하는가하면 마지막으로 다시 고려해줄 것을 간청.
17일 아침에는 입당의원인 정재원 신경설 의원과 탈락자 명단에 포함된 유상호 의원 등이 찾아왔는데 정의원은 『대통렴선거전에 이재형 국회의장·이대순 총무·김윤환 당시대통령비서실장 등이 근 한달반동안 입당을 졸랐고, 이춘구 의원은 6공화국의 정치구도까지 얘기해가며 오기 싫다는 사람을 입당시켜 놓고 이제와서 죽일수 있느냐』고 항의.
신의원은 『대전에서 선거운동을 잘하고 있는 사람을 부천으로 옮기라고하여 그대로 따랐는데 지금와서 버리는 것은 배신행위』라고 흥분.
유의원은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경남에서 최다득표를 올려 상까지 주어놓고 지금와서 그만두라면 도대체 공천기준이 뭐냐』면서 『발표 후에라도 할말을 해야겠다』며 탈락이 확정될 경우 그냥 넘어가지 않을 자세.

<영입고사로 기사회생도>
○…민정당은 공천윤곽이 밝혀지면서 탈락자들이 심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막바지까지 진통.
원주는 당초 김영진 강원도지사로 확정됐다가 영입의원들을 「푸대접」한다는 여론에 함종한 의원(국민당출신)으로 바꾸었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강원도 공무원들이 심하게 반발.
이에따라 심사위는 원주-횡성의 김용대 의원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함의원을 메우는 대신 김지사를 원주에 출마시킬 방안을 모색했다가 심명보 사무총장과 친한 김의원이 강한 이의를 제기해 결국 김지사는 내무관료로 유입시키기로 결정.
반대로 가평-양평의 김영선 의원은 영입대상자들이 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탈락직전에 기사회생.
당초 이 지역은 정호용씨(한일개발전무)로 내정됐다가 이웃 동두천-양주에 영입하려던 임사빈 경기도지사가 끝내 거부해 정씨를 동두천-양주로 돌리고 김의원을 그대로 살렸다.

<사무처 요원도 「홀대」항의>
○…공천신정을 했던 실·국장들 중 약간명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탈락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정당 사무처 요원들은 대표위원 면담을 요청하고 비상총회를 소집.
중앙사무처에 근무하는 원외실·국장들중에서 모두 10명이 이번에 공천신청을 했는데 이중 l7일 오전까지 이득헌 노사국장·이수천 연수원교수 등만이 「합격권」에 진입.
특히 그동안 공천이 유력시된 것으로 알려졌던 김원웅 청년국장이 막판에서 제외돼 의외라는 표정들이고 공천내정된 이국장의 경우도 본인이 기반을 닦아온 인천 북구에서 서울로 차출돼 요원들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
한 국장은 『대표위원을 만나면 「홀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하고 『우리가 간단히 물러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엄포.
이날 당사 정문앞에는 충남 대천-보령에 공천 신청했던 정연상 청년1부장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전날에 이어 항의시위를 계속하던 조상내의원(김제)지지자들과 뒤범벅이 돼 당사는 「공천 파동」에 몸살.

<"아파트선 야 비판"분석>
○…민정당은 여론조사결과 과거야성이었던 서울의 아파트지구가 야당비판쪽으로 성향이 바뀌자 지식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이곳에 포진시키기로 결정.
양천을의 박범진씨는 이런 판단에 따라 목동아파트 대단지가 있는 양천갑으로 옮겼다는 것이며 대학교수 출신들을 서울에 배려한 것도 같은 맥락.
강성재(동아일보 편집위원) 조순환(한국일보 논설위원)씨 등 언론인 영입케이스는 동아일보출신인 박경석, 한국일보 출신인 염길정 의원의 탈락에 따른 보충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어 주목.

<"김대중씨 몸 불편해 대독">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친필 사퇴성명을 대독한 박영숙 총재권한대행은 『본의 아니게 이러한 역할을 떠맡게 됐다』며 『15일부터 김총재의 몸이 불편해 대신하게 됐다』고 설명.
박대행은 『기왕 양당에서 통합기구와 협상대표들을 구성해놓았으므로 그 기구를 통해 당론에 따라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통합은 학생들의 요구대로 20일까지는 끝내는게 총선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피력.
박대행은 김총재의 사표를 16일 밤 전달받았다고 전하고 『통합이후 김총재의 거취는 통합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대답.
박대행은 또 김총재의 성명 끝부분에 있는 「국민의 선두에 서서」의 뜻은 평당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총선 승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

<진의파악후 회의 갖기로>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총재직 사퇴라는 카드가 나오자 그동안 한겨레당·무소속 서명파 의원 등과 상당한 수준으로 「통합모양」을 갖추어오던 민주당은 다시 소용돌이에 빠졌다. 17일 오전 상도동 김영삼 전총재집에는 김동영 의원·최형우 전부총재·김정길 의원 등이 와 대책을 논의했고, 문익환 목사도 다녀가 눈길.
총재단·통합추진위원 연석회의에 앞서 최전부총재 등은 『김총재의 무조건 총재직 사퇴가 표명되면 부분통합보다 야권대통합쪽으로 가야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고, 황명수 전당대회의장 등은 『저쪽의 속셈에 말려 들어갈 우려가 있으므로 우선 부분통합을 해놓은 후에 대평민당통합을 논의하자』고 주장.
이원종 부대변인은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총재가 또다시「술수」를 부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고 전하고 『그러나 좀더 김총재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오후에 다시 최종적인 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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