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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대 암각화 그림 50여 점 새로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 실측 도면.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 실측 도면.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반구대 암각화 실측도면. 3D 스캔해 합성한 이미지다.

반구대 암각화 실측도면. 3D 스캔해 합성한 이미지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는 총 몇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을까.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는 반구대 암각화에 총 353점의 그림이 남아있는 것으로 7일 최종 확인했다.

울산대 연구소, 총 353점 최종 확인 #오랜 풍화 과정으로 형태 미상 많아 #세계유산 등재 위한 정본 도면 완성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 선사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유적 중 하나다. 사냥과 채집이 주업이던 선사시대의 세계관·자연관·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높이 4m, 너비 10m(주변 작은 바위 포함 약 20m) 크기의 절벽 암반에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을 그려 넣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지금까지 290여 점이 그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대 연구소 측은 지난 5년 간 수십 차례 현장 조사를 거쳐 이번에 50여 점을 추가로 확인했다. 암각화 353점 하나하나를 정밀 실측한 도면집(학술서)도 발간했다. 향후 반구대 암각화 연구의 정본 도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구대 암각회 정경.

반구대 암각회 정경.

반구대 암각화 원경.

반구대 암각화 원경.

 전호태 소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대곡천암각화군’의 핵심 유적 중 하나”라며 “유네스코 공식 등재를 위해 그 동안 학계에서 정본 도면에 대한 꾸준한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이다. 호랑이·멧돼지·사슴 등 동물은 물론 무당·사냥꾼·어부 등이 묘사됐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고래다. 90㎝ 크기의 고래부터 5㎝ 남짓의 사슴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수천 년간 울산만 해안 및 태화강변 구릉지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슬라이드 사진처럼 보여준다. 말하자면 거대 선사박물관인 셈이다.

 새로 확인된 그림들의 주인공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 형태 미상, 혹은 형태 불명이다. 오랜 풍화·침식 작용에 의해 바위 표면이 떨어져 나가거나 최근 수십년 간 침수와 건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암석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전호태 소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수천년 동안 진행된 암각 활동의 결과”라며 “처음 그림 위에 또 다른 그림을 새기는 등 형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이번에 일일이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 연구소 측은 그림 353점에 일련 번호를 붙였다. 향후 학술 연구의 밑자료로 활용할 뜻에서다. 전 소장은 “반구대 현장사진, 암각화 세부 사진 및 유적 전체를 보여주는 항공사진도 실었다”며 “한국이 세계 선사미술 연구의 새로운 거점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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