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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희생정신 기린다" 혜광고 후배들도 ‘1987’ 단체관람

중앙일보

입력

1986~87년 민주화 운동 당시의 상황을 그린 영화 ‘1987’이 지난 4일 기준 관객 수 3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종철 장학금을 받은 혜광고 재학생 6명이 박종철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혜광고 28회 동기회]

지난해 7월 박종철 장학금을 받은 혜광고 재학생 6명이 박종철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혜광고 28회 동기회]

영화는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고(故) 박종철 열사가 숨지자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경찰과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검사, 이런 사실을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2일 박 열사 모교 부산 혜광고 재학생 100여명·교사 40여명 단체관람 #혜광고 28기 동기회 “종철이 희생정신 기리고 민주주의 확산 동참하길” #혜광고 재학생 14일 박종철 31주기 추모제 참석… 대공분실에서 헌화

영화에서는 박 열사가 고문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 시대를 살았던 50~60대는 영화를 보면서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박 열사가 다녔던 부산 혜광고 동기와 재학생들이 잇따라 영화를 단체관람하며 그를 기리고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중요성을 배워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박 열사의 가족과 그의 혜광고 28회 동기는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단체로 관람했다. 28회 동기회는 후배들이 박 열사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산에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배들의 단체관람도 추진했다.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 200여 명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 상영관에서 영화 '1987'을 단체관람했다. [연합뉴스]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 200여 명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 상영관에서 영화 '1987'을 단체관람했다. [연합뉴스]

혜광고 재학생 100여명과 교사 40여 명 등 144명은 12일 오후 부산 롯데시네마 광복점에서 영화관 1관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관람하기로 했다. 영화관 대관료(144만원)는 혜광고 동창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재학생 단체관람을 기획한 김상준 28회 동기회장은 “종철이를 기억하는 친구는 물론 정치권과 경찰 등 각계각층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하며 죽음을 애도하고 그 시대의 정신을 되살리고 있다”며 “후배들도 종철이를 기억하고 선배의 희생으로 사회가 어떻게 격변할 수 있었는지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들의 단체관람이 성사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전교생 600여 명을 대상으로 관람을 추진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겨울방학이어서 재학생들을 한꺼번에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혜광고 재학생 김모(17)군은 “어른들에게 당시 시대 상황을 들어서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선배의 희생정신과 인권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1987' 포스터.

영화 '1987' 포스터.

영화 흥행을 계기로 동기회는 박 열사를 기리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사망 30주기 기념행사를 진행할 때 꾸렸던 운영위원회를 재조직하거나 경찰이 박 열사를 고문했던 서울 용산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단체가 운영하도록 국민 청원운동도 추진키로 했다.

혜광고 학생회장과 재학생 2명은 14일 서울·경기도에서 열리는 열리는 ‘박종철 31주기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재학생이 추모제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오전 5시30분 부산역을 출발,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박 열사 묘소를 참배한다.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헌화하고 박종철 장학금 전달식에도 참석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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