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문화cafe] 그들의 발레엔 현대무용 숨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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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가 발레단의 안무를 맡는다고? 현대무용과 발레는 어쩐지 서로 다른 장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두 가지를 교묘하게 뒤섞는 단체가 있다.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 발레단이다. 그들이 한국을 찾아 대전문화예술의전당(11, 12일)과 경기도 고양 어울림극장(15, 16일)에서 두차례씩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의 안무는 사샤 발츠.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마기 마랭이 맡았다. 세 명 모두 유럽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여성 안무가다. 그들이 직접 오지는 않지만 한 무대에서 세 거장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건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이번 공연은 세 명 모두 푸가(주제 선율을 따라 응답과 주제가 반복되는 음악 형식)란 형식에 맞춰 각각 독립적 안무를 선보이지만 결국엔 하나의 완결된 형태를 띠게 된다. 독일의 사샤 발츠는 '피나 바우슈의 후계자'로 요약할 수 있다. 벨기에 출신 케이르스마커는 지난해 로사스 무용단을 이끌고 내한 공연을 해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의 마랭은 리옹 발레단을 세계 최고의 모던 발레단으로 성장시킨 산파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리옹 발레단은 어떻게 이런 세계 최고의 현대무용 안무가와, 그것도 한 명도 아닌 세 명과 함께 작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발레단의 성격 혹은 구분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발레단하면 떠오르는 러시아 볼쇼이.키로프 혹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 등은 클래식 발레를 하는 단체다. '백조의 호수' 혹은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우아하면서도 엄청난 규모의 작품을 선보인다. 반면 언뜻 들어보았지만 확실히 각인되지 않은 발레단, 예를 들면 함부르크 또는 프랑크푸르트 발레단 등은 주로 모던 발레를 한다. 대개 전속 안무가를 따로 두고 있으며 그 전속 안무가의 지명도를 최대한 활용해 성장하곤 했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프랑크푸르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몬테카를로, 존 뉴 마이어의 함부르크 발레단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리옹 발레단은 정반대 전략을 구사해 왔다. 즉 전속 안무가가 없는 '그때그때 다른' 안무가 시스템이다. 1985년 프랑수아즈 아드레 예술감독이 당시 마랭을 활용해 모던 발레 '신데렐라'를 올려 대박을 터뜨린 게 출발점이었다. 3년 뒤 앙줄랭 프렐조카주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또다시 큰 반향을 일으키자 외부 영입은 하나의 전통이 되고 말았다. 매번 다른 안무가들 때문에 31명에 이르는 무용수는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고생하겠지만, 덕분에 리옹 발레단은 발레와 현대 무용을 넘나들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모던 발레단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됐다. 공연 문의 대전 042-610-2222, 고양 1544-1559.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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