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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 개성공단’...서해5도 어민들, 남북 공동어시장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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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성명을 통해 '바다 위 개성공단'인 해상 파시를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해5도 위치도. [사진 인천시]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성명을 통해 '바다 위 개성공단'인 해상 파시를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해5도 위치도. [사진 인천시]

“서해 5도에 ‘바다 위 개성공단’인 ‘해상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를 만듭시다.”

남북 연락 채널 재개통에 맞춰 '해상 파시' 제안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에 바지선 놓고 상호 교류 #풍부한 어장 유지 위해 수산과학기술교류도 해야 #김대중 정부때 남북수산물 교류. 5.24조치로 중단 #중국어선 막고, 수익창출, 안보확보 등 일석삼조

서해5도 어민들이 최근 남북 연락 채널이 2년여 만에 재개통되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해상 파시’ 조성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정부가 ‘해상 파시 테스크포스(T/F)’를 구성, 남북 간 수산협력이 이뤄질 때 북한에 먼저 제안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상 파시가 가시화되면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 떼 방북’과 같은 ‘어선 방북’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북한의 선박이 낡은 만큼 어선을 전달해 안전하게 어획하라는 의미에서다.

연평도와 백령·대청도·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어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냈다.

성명에 따르면 서해5도 해상 파시는 ‘바다의 개성공단’으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또 다른 출구전략의 모델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상봉 중단 등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육지의 개성공단처럼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구축 없이도 얼마든지 남북 교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백령도~연평도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교역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지선은 백령도 장산곶에 한 척, 연평도 인근 해역에 한 척 등 모두 2척을 계획하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백령도와 연평도 앞에 위치한 북한의 작은 두 개의 섬에 부두시설인 부장교를 설치, 우리 어선이 접안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대책위는 또 단순 해상 파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북한이 관심 있어 하는 수산과학기술 교류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옹진반도와 우리 서해5도의 풍부한 어장유지를 위해 남북 수산기술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2015년 중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에서 중국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뒤로 석도가 보인다. [중앙포토]

2015년 중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에서 중국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뒤로 석도가 보인다. [중앙포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60년대 이후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바닷속 냉·온수대가 위치한 곳은 북한수역(강령반도)밖에 없게 된다. 다시마 등 양식 기술 교류를 통해 어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장이 확대되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조기를 다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NLL 인근 해역이 조기 최대 어장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 간 수산물 교류사업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교류가 있었다. 당시 남북 수산물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바지락과 백합 등이 유입돼 국내 조개류 가격안정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금강산 관광객 피격 후 5.24 조처가 내려지면서 수산물 경협이 중단됐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해상 파시는 국가관리 어항인 백령도 용기포항과 연평도 신항, 북한에서 현재 추진 중인 강령농수산물 가공단지 등 옹진반도 연안의 수산 인프라와 연계할 경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해상 파시는 단순히 물고기를 사고파는 게 아닌 안보와 중국어선 불법조업 방지, 어민 경제 활성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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