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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하지 않았다” 고준희양 유기 사건 현장검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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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고준희(5)양 유기 사건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씨에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친부 고모(37)씨 아파트 단지 현장엔 주민 수십 명이 몰렸다. 고씨가 경찰 호송차에서 내리자 주민들은 “살인자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고씨는 점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과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는 주방에서 30cm 자를 들더니 “지난해 1월 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고,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자로 등과 엉덩이를 때렸다”고 말했다. 고씨는 경찰이 준비한 준희양 대역 마네킹을 때리는 자로 수차례 때리는 시늉을 했다.

이어 고씨는 지난해 끼니를 제때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양의 발목을 여러 차례 밟았던 모습도 재연했다.

자택 내부에서 20분 가량 전체적인 범행 과정을 재연한 고씨는 집에서 나와 준희양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날 고씨는 학대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이를 학대하거나 폭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면서 살겠다”고 뒤늦게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부분이 미안하냐는 거듭된 질문이 나오자 고씨는 “준희를 지켜주지 못한 부분이 미안하다”면서 “폭행하긴 했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말을 바꾸며 또 다시 혐의를 부인했다.

고준희양의 친부가 4일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준희 양의 시신을 묻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양의 친부가 4일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준희 양의 시신을 묻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고씨는 이날 정오엔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서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했다. 그는 지난해 준희양이 숨지자 이튿날 새벽에 왕복 8차선 도로 옆 야산에 시신을 묻은 바 있다.

고씨는 고개를 숙인 채 마네킹을 유기 장소에 가져가고, 다시 산을 내려가 삽을 가져와 땅을 파고 묻는 과정을 이어갔다. 검증 도중 시신 유기까지 시간을 묻는 경찰 질문에 고씨는 “3~4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답했다.

고씨 내연녀 이모(36)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했다.

고준희양의 친부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양의 친부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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