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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와대 “왕세제, 안종범과 연락도 안됐다며 강한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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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종대 의원. [뉴시스]

김종대 의원. [뉴시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9년 이명박(MB) 정부가 UAE와 원전 수주 계약을 하면서 뒤에서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약속했다”며 “MOU는 박근혜 정부 때에서야 맺어졌는데 박근혜 정부가 MOU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탈이 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수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밝힌 MOU의 주요 내용은 ▶국군파병 ▶병참물자 및 장비지원 ▶UAE군 현대화 교육 ▶방산·군사기술 제공 등이다. 김 의원은 “UAE에 군사지원을 하는 건 중동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이어서 박근혜 정부 후반부로 갈수록 MOU 이행을 곤란해하자 양국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MB 때 곽승준이 만든 핫라인 끊겨 #한국당 “그럼 왜 떳떳이 안 밝혔냐” #김종대 “박 정부 군사MOU가 뒤탈” #한국당 “MOU는 노무현 정부 작품”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가 지난달 10일 임 실장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빚어졌던 불편한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 정부 시절인 2009년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뒤 무함마드 왕세제의 측근 칼둔칼리파 알 무바라크 행정청장과 MB 측근인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이 ‘핫라인’을 구축했다”며 “박근혜 정부 때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를 인수인계 받았는데, 무함마드 왕세제는 임 실장에게 ‘핫라인이 연락조차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2016년 11월 구속됐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한국 기업들이 UAE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모두 이전 정부에서 체결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체결된 건은 아직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임 실장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다”며 “무함마드 왕세제가 임 실장에게 ‘앞으로 칼둔 청장과 긴밀히 후속 논의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해 사실상 새로운 핫라인이 구축됐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홍 대표와 이전 대통령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했다. [변선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홍 대표와 이전 대통령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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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유한국당측 설명은 180도 다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국과 UAE간 군사협력 협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1월 15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명됐다”며 김종대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학용 의원은 “이 협정은 2007년 5월 13일 발효됐고 협정의 유효 기간은 10년이며, 만료를 앞둔 지난해 5월 12일 10년 더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정은 방위 산업과 군수 지원, 국방·안보 및 군사 관련 정보, 군사 교육 및 훈련 등 국방 분야 전반에 대한 양국의 포괄적 교류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기초로 2011년 1월 아크부대(UAE 군사협력단)가 파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청와대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에서 UAE 문제가 불거져 자신들이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면 왜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임 실장이 파병 장병을 위로하러 간 것이라고 둘러댔는가”라며 “의혹의 판을 키운 건 청와대”라고 지적했다.

UAE가 모종의 이유로 우리 정부에 대해 화가 나 임 실장이 달래기 위해 날아갔다는 점은 청와대와 한국당의 견해가 일치한다. 다만 화가 난 이유가 박근혜 정부 때문이지, 현 정부 때문인지를 놓고 엇갈리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원전 문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UAE 원전게이트 사건은 MB를 잡으러 들어갔다가 국제간 분쟁이 일어난 사건”이라며 “자기들(더불어민주당)이 꿀리는 게 없다면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김학용 의원이 말한 군사협력 협정과 김종대 의원이 밝힌 비밀 군사 MOU는 별개의 사안이며, MOU 체결 배경에 UAE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태화·송승환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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