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떨어졌나 … 슬며시 오른 조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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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침몰 위기를 겪었던 조선업 주가에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유상증자 변수로 인한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분석이 번지며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따른 급락 과도” 분석 #잇따른 수주 소식에 매수세 유입 #더딘 업황 회복 속도는 걸림돌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2.05% 급등했다. 지난달 내내 하락하며 지난달 28일 1만3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해가 바뀌고 주식시장이 처음 문을 연 2일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만5350원으로 10.43% 튀어 오르더니 3일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한 달 사이 낙폭을 이틀 만에 회복했다.

조선업 주가 흐름

조선업 주가 흐름

현대중공업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날 8.84% 상승하며 11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미포조선(3.49%), 한진중공업(2.64%), 삼성중공업(1.57%) 등 다른 조선업 주가도 같이 뛰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연이은 유상증자 ‘폭탄’에 조선업 주가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던 지난해 말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명한 호재보다는 단기적으로 과도했던 매도세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지난 연말부터 업황 회복 조짐이 있었고 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살아있었는데 유상증자 변수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갑작스레 발표했다. 그날 하루 삼성중공업 주가는 28.89% 급락했고 충격은 조선업 전체로 번졌다. 같은 달 26일 현대중공업도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1·2위 조선사의 잇따른 유상증자 계획에 조선업종 주가는 줄줄이 내리막을 탔다. 지난달부터 증권사들은 주요 조선사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하지만 해가 바뀌며 비관론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하락은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나 주당 가치가 낮아지는 희석 효과와 적자 수준을 감안해도 지나쳤다”며 “(국내 조선사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는 만큼 올해는 ‘보릿고개’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시장의 판단도 주가에 반영됐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해양 부문을 제외한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모두 지난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는 오랜 구조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이어진 조선업 불황 속에 많은 조선사가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조선사에게 경기 회복이 과실이 더 돌아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23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8% 늘었다”며 “중형선을 건조하는 국내·외 경쟁사 다수가 파산하거나 사실상 파산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며 현대미포조선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 활황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주액 손실,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더딘 신규 발주 규모 회복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 저가 수주 문제 등을 해소하고 정상화에 진입하는지가 올해 조선업종의 관건”이라며 “신규로 확보한 수주 물량이 수익성 훼손 요인이 없는지 확인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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